사해(死海) 인근 상공서 운석 폭발해 청동기 문명 종말

입력 2018-11-21 16:18   수정 2018-11-21 16:45

사해(死海) 인근 상공서 운석 폭발해 청동기 문명 종말
약 3천700년 전 갑작스런 사멸 고고학 증거 발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
약 6천6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것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너비 100㎞의 칙슬루브 충돌구(crater)를 만든 운석이다.
대부분은 땅에 충돌하면서 큰 타격을 가하지만 땅에 닿기 전 공중 폭발하는 운석도 파괴적이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에 따르면 약 3천700년 전 사해(死海) 북부 지역 상공에서 운석이 폭발해 2천500년 이상 존속하던 청동기 문명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됐다.

요르단의 청동기시대 도시 '탈 엘-함맘'에 대한 고고학 발굴을 해온 미국 트리니티 사우스웨스트 대학(TSU)의 필립 실비아 박사는 최근 열린 미국 동방연구학회(ASOR) 연례회의에서 이런 결론이 담긴 발굴 결과를 발표했다.
'미들 고르(Middle Ghor)'라는 폭 25㎞의 원형 평야에 있던 청동기 도시와 농가가 낮은 고도에서 초고열 폭발을 일으킨 운석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비옥했던 농토는 사해의 짠물로 덮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장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과 초고온 상태에서 결정체가 된 광물 등에 근거하고 있다.
미들 고르에는 2천500년 이상 지속해서 사람이 살아왔으며, 당시 4만~6만5천여명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운석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종말을 맞았다.
이 땅은 이후 600~700년간 아무도 살지 못했다.
연구팀이 방사성 탄소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거의 모든 구조물의 진흙 벽이 3천700년 전 갑자기 사라지고 돌 기초만 남게됐다.
또한 같은 시기에 도자기 조각의 바깥 부분이 녹아 유리가 된 흔적도 찾아냈다. 이 유리 층의 지르콘 결정체는 초고온에서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실비아 박사는 그 온도가 태양의 표면처럼 뜨거웠을 것이라고 했다.
운석이 땅에 충격을 가하기 전에 폭발해 재앙적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이전에도 밝혀진 것이 있다.
1908년 6월 30일 중앙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 5~10㎞ 상공에서 60~190m 정도의 운석이 폭발해 2천㎢의 숲이 초토화됐다. 다행히 당시에는 주거지가 아니어서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지만 2013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은 유리창 파손 등으로 1천60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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