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에 "합리적 방안 마련하라" 통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저당권설정비로 15개 은행에 1천504억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또, 저당권설정비 등 일회성 수수료를 금리에 반영해 회수하면서 대출자에게 불리한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주택금융공사' 기관운영 감사보고서를 22일 공개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은행이 무주택 서민에게 보금자리론·적격대출을 해주면 해당 주택저당채권을 몇 달 뒤 은행으로부터 양수한 뒤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과정에서 은행이 부담한 1회성 수수료(저당권설정비·대출취급수수료 등)를 정산해주고,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해 대출자로부터 회수한다.
주택저당채권 양수세칙에는 대출 취급과 관련한 부대비용은 실비를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런데 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저당권설정비를 실비정산으로 하지 않고, 일정 요율(자산양수도일 기준 대출 잔액의 0.6%)로 은행에 정산해줬다.
그 결과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 은행에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저당권설정비로 5천709억원을 지급, 실비 4천205억원보다 1천504억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1회성 수수료를 대출금리에 반영해 대출자로부터 회수하면서 대출만기까지 계속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대출자가 매달 은행에 내는 이자 중 1회성 수수료가 금리에 반영된 금액만큼 회수된 것으로 봐야하는데 대출자가 1회성 수수료 금액을 모두 상환한 이후에도 계속 돈을 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령, 2018년 5월 보금자리론 1억원을 빌려 30년 동안 상환하는 대출자의 1회성 수수료는 110만원이다.
대출자는 이자를 낸 지 49개월째에 회수 대상 수수료를 모두 갚은 셈이지만, 이후로도 같은 금리가 적용되기에 360개월(30년) 만기까지 계속 내면 본래 수수료 110만원보다 388만원을 더 내게 된다.
감사원은 은행이 대출을 해주고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주택저당채권을 양수할 때까지 몇 달 동안의 이자가 모두 은행에 귀속되는 것도 문제라며, 1회성 수수료 회수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주택금융공사 신탁재산으로 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주택금융공사 사장에게 "앞으로 은행에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취급에 따른 저당권설정비를 실비보다 더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1회성 수수료 비용을 금리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회수할 때에는 해당 비용 회수 이후 금리를 인하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주택금융공사의 '예산운용지침'이 기재부 지침과 달리 부서와 지점운영비·사업회의비를 업무추진비로 집행할 수 있게 규정돼 있어 2015년∼2017년 각각 7억8천만원, 11억여원이 식사비 등으로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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