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쇼을루 장관, 미국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 후 밝혀
'에르도안 정적' 송환·이란석유 수입 인정 등 요구사항 美에 전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자말 카슈끄지 수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진전이 없으면 국제 수사를 공식 추진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을 방문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후 주미 터키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사 협조를 보면, 우리가 제시한 질문에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앞서 이달 15일 사우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후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 카슈끄지 시신의 소재, '터키 현지 조력자'의 신원, 살해 지시 주체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혹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수사에 진전이 없고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친다거나 (사우디로부터) 충분한 협조가 없다면 우리는 국제 수사 요청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전날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관 만나 카슈끄지 사건 수사에 관해 논의했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자신이 모두 카슈끄지가 살해되는 현장의 녹음을 들었다면서 그 내용이 "역겹다"고 표현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걸 듣는 사람은 살인이 사전에 계획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해, 카슈끄지 살해는, 원래 '협상 임무'로 파견된 요원 일행의 팀장이 현장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사우디 검찰의 발표를 거듭 반박했다.
한편 카슈끄지 사건으로 사우디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터키는 외무장관의 이번 미국 방문에서 다양한 요구 목록을 내밀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란 제재법 위반죄로 미국에서 복역 중인 터키 국유은행 할크방크 임원의 귀국, 미국에 체류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政敵)' 펫훌라흐 귈렌 본인과 그 추종자 80여명의 터키 송환, 이란산 에너지 제재 예외 무기한 적용 등을 미국에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할크방크는 미국 검찰 수사에서 이란 제재 회피에 동원된 것으로 드러나, 부행장에게 올해 5월 징역형이 선고돼 복역중이며 은행에는 대규모 벌금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더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이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제재는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아무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터키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적용을 영구적 조처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 도입과 관련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 거래는 이미 결정된 거래라 내가 취소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터키의 S-400 도입에 반대한 미국은 대응 조처를 검토하고 있으나, 앞서 의회 일각에서 추진된 차세대 전투기 F-35기 공급 제한 조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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