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시아 후보 당선 막기 위해 총력 로비전…공개 지지 선언도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21일(현지시간) 인터폴(ICPO·국제형사경찰기구) 신임 총재 선거에서 김종양(57·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인터폴 선임부총재가 당선된 데 대해 외신들은 '한국인 첫 인터폴 수장'이라며 관심있게 보도했다.
특히 한국과 러시아 두 나라 후보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면서 이런 점도 한국인 인터폴 수장 탄생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은 "김종양 총재의 당선은 백악관과 유럽 파트너 국가들의 승리"라면서 "미국과 유럽은 선거 직전까지 알렉산드르 프로코프추크 러시아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프로코프추크 후보의 선거 출마를 놓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인터폴에 간섭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키워왔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은 선거 전부터 인터폴이 러시아에 넘어갈 것을 '경고'하며 프로코프추크 후보 당선 저지 운동을 공개적으로 벌여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로코프추크가 인터폴 수장을 맡게 된다면 푸틴의 정적 탄압 등에 인터폴이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는 게 이들 서방국의 주장이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도 이번 선거 전망을 실은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정적을 탄압하는 데 인터폴을 이용, 국제체포영장을 발부하기 위한 적색수배령을 남발해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에 서방측이 러시아 후보 당선 전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를 주도해 온 영국에서는 러시아 후보 당선 시 인터폴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량 후보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공개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선거 전날인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폴의 새 총재로 김종양 부총재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영국 외교부도 이례적으로 러시아 후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대신 한국의 김종양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 상원의원들과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및 독일 정치인들도 러시아 후보 반대 운동에 동참했고,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도 러시아 후보가 당선되면 인터폴 탈퇴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이번 선거가 애초부터 러시아 대 반(反) 러시아 혹은 러시아 대 서방국의 대결로 치러진 셈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결국 자국 후보가 낙선하자 러시아 정부는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서방국의 압력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 후보가 당선되지 못해 유감이지만 동시에 선거 결과에 동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이번 선거는 전례없는 압력과 개입 속에서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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