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후 유로존 회원국 '위반' 동의하면 제재 공식화…첫 사례
EU, 최대 45조여원 과징금 부과 또는 EU 지원금 감축 가능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1일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 대해 EU의 예산편성 지침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집행위는 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회원국인 19개국에 2주 후 이탈리아 예산안 평가회의 소집을 통보하고, 유로존 회원국들이 집행위의 평가에 동의하면 이탈리아에 대한 징계조치에 공식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규정에 따르면 집행위는 예산 지침을 위반한 이탈리아에 대해 최대 GDP(국내총생산)의 0.2%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같은 규모의 EU 지원금을 삭감할 수 있다. 이는 이탈리아 경제규모에 견줘보면 350억 유로(45조5천억 원 상당)에 달한다.
지금껏 EU 회원국들은 집행위와 예산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더라도 일정 수준에서 타협했으며 재정적 제재를 받는 수준까지 이른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EU와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부 간 예산안 편성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있다.
유로존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어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EU와 전면적인 대결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이탈리아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국가채무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행위는 이날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예산 규정을 위반한 이탈리아에 제재를 부과하기 위한 첫 조치를 취했다.
EU는 회원국에 공공채무 규모가 GDP의 60%를 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국가에 대해선 보고서를 발간해 경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공채무 규모는 GDP의 131%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집행위가)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이 심각하게 규정을 위반했다는 평가를 확인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탈리아가 제출한 예산안은 잠에 취해서 불안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위험이라고 우리는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집행위는 이탈리아와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도 재정지출 규모를 EU가 허용하는 GDP(국내총생산) 0.8%의 3배인 GDP의 2.4%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가 집행위로부터 수정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정부는 청년구직자를 위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전 정부에서 삭감한 연금을 원상 복구하는 등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 이에 응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재제출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이에 대해 집행위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탈리아가 수정을 거부한 예산안은 경제성장을 회복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공부채를 더 늘려 향후에 새로운 예산삭감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GDP 131%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채무로 인해 이탈리아인은 향후 2년간 매년 평균 3만7천 유로(한화 4천800만 원 상당, 1유로=1천300원 환산)의 부채부담과 함께 1천 유로(130만 원 상당)의 채무변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고수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를 안정시키기보다 그 반대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EU와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내달 3, 4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EU는 이르면 내달 초에 과도한 지출 예산 편성으로 예산 지침을 위반한 이탈리아에 대한 제재에 공식 착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내달 1월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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