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北美, 비핵화 단계마다 '불가역적 잠금장치' 마련해야"

입력 2018-11-22 12:00   수정 2018-11-22 14:08

조윤제 "北美, 비핵화 단계마다 '불가역적 잠금장치' 마련해야"
"북미, 일단 영변핵시설 폐쇄까지라도 합의해야…美도 상응조치 생각할듯"
"한미간 매사에 생각이 늘 같을 순 없지만 균열설은 상당히 과장돼"
"비핵화 실질적 진전 이뤄내면서 상응하는 제재완화 문제도 논의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송수경 특파원 = 조윤제 주미대사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타결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상호 신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실질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맞물려 한 단계씩 진전할 때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하는 잠금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취임 1년에 즈음한 20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조 대사는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서 큰 시간표 안에서 일괄적으로 타결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다"며 "70년간 쌓여온 불신과 적대관계가 하루아침에 신뢰 관계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어느 나라든 지도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관성이 지속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불신으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지배층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분명한 확신과 비전을 정립해야 하고, 김 위원장이 지금 선택한 길을 확실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때로는 외부에서 그의 입지를 도와줄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6개월째 성과 없이 공전하는 북미 대화에 대해 "협상 성과가 지연되면 그만큼 협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대사는 "하루아침에 비핵화의 큰 진전을 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성과들을 지속해서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조그만 성과 하나, 하나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에서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도록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잠금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북미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이행하는 단계까지는 다가서길 기대했다.
북한은 비핵화 진전을 위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기관 참관 아래 영구 폐기하고 최대 핵 단지인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구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조 대사는 "김 위원장이 의심스럽다면 직접 와서 검증하라면서 영변 핵시설도 상응조치에 따라 폐쇄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거기까지만이라도 서로 합의하고 뒤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록'(lock·잠금)을 하고, 또 그 다음 단계로 가서 록을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조율을 위해 조만간 열릴 고위급·실무 회담에서 비핵화 실질 조치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빅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 대사는 "실무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도 나름대로 상응 조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상응 조치에는 종전선언을 포함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오케스트라 방문 등 여러 조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위한 단계별 프레임워크(얼개작업)를 합의하고, 후속 실무협의에서 성과를 채워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비핵화는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인내하고 때로는 과감한 시도를 하며 성과를 축적함으로써 불신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남북협력과 제재 이행을 둘러싼 한미 균열 주장에 대해선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가 굳건한 동맹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늘 매사에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라며 "70년 한미동맹 관계는 때로 상이한 관점과 입장을 긴밀히 소통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특히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선 "상당한 비핵화의 진전이 있기까지는 제재완화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미국의 입장은 매우 확고하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면서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문제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0279@yna.co.kr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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