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제학회 정책토론회 "쌀 가격 안전장치 보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정부가 2020년 시행을 목표로 쌀 직불제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농지 주인이 아닌 실제로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농업계에 따르면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최근 쌀 직불제 개편을 주제로 열린 한국농업경제학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직불금의 자본화 등으로 경작자가 아닌 농지 소유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는 농업인에게 수급권을 분배해 해결해야 한다"며 "직불금의 지급 대상을 '농지'에서 '농업인'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경우 정부가 수급권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적정량의 농지가 경작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공급 과잉 문제를 막기 위한 추가 보완책도 제시했다.
그는 직불제 개편의 원칙 중 하나로 자율성을 꼽고,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는 생산 조정에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수년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린 쌀값을 두고는 "단기적 가격 급락에 대응하려면 3∼5년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시간 일관성'을 갖춘 가격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상액을 노린 인위적인 농가 분할을 막기 위한 '농가 이력제' 도입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보완책들을 포함한 쌀 직불제 개편의 기본 원칙으로 ▲ 특정 작물 생산과 비(非)연계 ▲ 하후상박의 형평성 ▲ 자율성 ▲ 공익적 기능을 조준한 직접 지원 ▲ 일관성 등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유럽연합(EU) 직불금 제도도 소개했다.
EU는 우리가 추진하는 것처럼 기초 지불금을 주는 한편, '녹색 지불'과 '청년농 지불'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다양한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녹색 지불을 받으려면 2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해야 하고,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이고자 농지의 일정 비율을 영구초지로 유지해야 하는 등 다양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EU는 특히 일정 규모 이하를 대상으로 '소농 지불'도 도입해 소농을 보호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직불금 개편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변동직불금을 고정화한다면 단가 인상 효과가 있어 가격 안정장치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윤식 경상대 교수는 "차기 쌀 목표가격의 지나친 인상을 자제하고, 기본 직불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농업계는 이날 "변동직불제 폐지에 반대하며, 목표가격과 정부 비축미 방출 등의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편 논의는 부적절하다", "대규모 농가에 대한 지원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