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알함브라'·'나쁜형사'·'황후의 품격'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시상식 등으로 배우들이 더욱 빛나는 연말,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각각 주력한 기대작을 편성하면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장르도 멜로부터 로코(로맨스코미디), 수사극, '막장'까지 다양하고 캐스팅 면면도 화려하다. 방송 전부터 시청자 기대를 모은 드라마 중 마지막까지 웃을 작품은 어떤 것이 될까.
◇ 송혜교-박보검 만남만으로도…tvN '남자친구'
송혜교에게는 송중기와의 결혼 후 복귀작, 박보검에게는 자신을 완전한 스타덤에 올려놓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2년 만의 작품이다.
각각 1981년생과 1993년생인 둘은 정확히 띠동갑이다. 게다가 박보검은 송중기와 같은 소속사 동료이자 절친한 사이다. 여기까지만 써놓고 봐도 두 사람이 출연하는 tvN 새 수목극 '남자친구'의 화제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로맨스 조합이 과연 어떨까인데, 나이 차와 더불어 실제 두 배우 간 밀접하게 얽힌 관계가 우려할 만한 부분으로 꼽힌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단발머리로 변신하며 여전한 미모를 뽐낸 송혜교와, 다시 한번 여심을 설레게 한 박보검의 모습을 담은 스틸컷이 속속 등장하고 두 사람이 함께 제작발표회 무대에 오르면서 우려가 기대로 바뀐 시청자가 늘었다.
백마는 탔지만, 인생이 공허한 여자 수현(송혜교 분)이 자유로운 영혼의 청년 진혁(박보검)을 만나면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는 스토리도 추운 겨울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보검에게 밀리지 않고) 예쁘게 보이려 다이어트도 했다"는 송혜교가 과연 2년 전 '태양의 후예' 속 강모연 이상 캐릭터를 만들어낼지도 주목된다.
◇ 현빈-박신혜에 AR까지…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다음 달 방송을 앞둔 현빈-박신혜 주연 tvN 주말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역시 올해 초부터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하이드 지킬, 나'(2015) 이후로는 줄곧 스크린에만 몰두하던 현빈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것도 화제가 됐고, 파트너가 남녀에 두루 인기 있는 박신혜인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드라마 내용 역시 신선한데, '인현왕후의 남자'(2012),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에 이어 '더블유(W)'(2016)에서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을 그려낸 송재정 작가가 대본을 맡은 덕분이다.
송 작가는 '더블유'에서 웹툰을 매개로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AR(가상현실)을 활용해 시청자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더블유'보다도 얼개가 촘촘하다는 소문에, 시청자들도 꽤 두뇌 게임을 해야 한다고 하니 더 기대를 모은다.
제작진은 25일 "AR 게임이라는 소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조차도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영상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 신하균이 '루터'를 입으면…MBC '나쁜형사'
다음 달 3일부터 방송할 MBC TV 월화극 '나쁜형사'는 연쇄살인마보다 더 독한 형사와 사이코패스의 아슬아슬한 공조 수사를 그린 드라마로, 영국 BBC 인기 드라마 '루터'(Luther)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우태석은 신하균이 연기한다. 그의 지상파 드라마 출연은 '미스터백'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이번에도 특유의 예리한 연기력을 십분 활용해 흔히 찾아보기 힘든 형사 태석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그와 호흡을 맞출 헤로인도 특별하다. 300대 1 경쟁률을 뚫은 신예 이설이 사회부 기자 은선재로 분해 '대선배' 신하균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탄탄한 원작에 힘입어 제작진은 방송 전 무려 4회 분량 '프리퀄 영상'까지 공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프리퀄 영상에서는 태석이 분노조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정장 차림을 하게 된 사연 등 캐릭터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공개됐다.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면서 인물 위주로 각색한 것도 포인트다. 인물 간 관계를 촘촘하게 엮으면서 이드리스 앨바가 표현한 루터와는 완전히 다른 우태석이 탄생했다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아울러 이 작품은 강렬한 시작을 겨냥, 첫 회를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한다.
◇ '막장 대모', 평일극 진출…SBS '황후의 품격'
네 작품 중 유일하게 먼저 발을 뗀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은 입헌군주제 배경이라는 독특한 설정도 설정이지만 무엇보다 '아내의 유혹', '언니는 살아있다' 등으로 유명한 김순옥 작가의 신작으로 화제가 됐다.
주로 주말극에서 활동한 그는 이번에 '리턴'의 주동민 PD와 손잡고 평일극으로 건너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극적인 장면들과 전개로 남다른 '막장 필력'을 자랑한다.
이 드라마는 초반부터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황실 암투와 황제에게 집착하는 대비, 뺑소니 살인과 은폐, 폭행과 청부살인 등을 숨 쉴 틈도 없이 담으면서 시청자 눈을 사로잡았다.
시청률은 4회 8.5%(닐슨코리아)로 순항 중이다. "욕하면서 봤는데 어느새 스토리가 다 짜여 있다", "욕하면서 보는데 재밌긴 하다"는 자조 섞인 감상평도 적지 않다.
트렌디한 청춘드라마, 완성도 높은 장르극이 대세를 이루는 최근 평일 미니시리즈에서 주말에서만 보던 막장극을 보니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도 극소수 있다.
1회보다는 2회에서 좀 더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면서 막장이라는 장르 속에서도 주말극 때보다는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