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일간지 친정부 필진, 익명 소식통 인용 보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주체가 왕세자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를 미국 정보당국이 갖고 있다고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터키 최대 일간지 '휘리예트'의 친정부 필진 압둘카디르 셀위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카슈끄지 제거 지시'를 내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 녹음을 갖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셀위는 이러한 정보의 출처를 '복수의 익명 소식통'으로만 제시했다.
휘리예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터키에 급파된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CIA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무함마드 왕세자와 동생 칼리드 빈 살만 주미 사우디 대사 사이 전화 통화 등 왕세자의 통화를 감청한 내용을 갖고 있다고 터키 측에 암시했다고 한다.
CIA가 통화 감청으로 "카슈끄지를 빨리 침묵시키라"는 지시를 내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목소리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셀위는 기사에서 "CIA가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통신감청 기록을 쥐고 있기 때문에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증거들이 더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요하네스 한 EU 확대담당 집행위원과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의 조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카슈끄지 살인 용의자들이 터키로 송환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살인 현장인 사우디 총영사관은 빈협약에 따른 외교 공간이지만, 동시에 터키 땅에 있으므로 용의자들은 터키에서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게리니 고위대표는 "철저히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수사로 완결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사우디의 수사로 진상이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살인의 책임자들, 진정한 책임자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진짜 책임자들은…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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