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유지하려면 재고 84% 없애야…생산량 할당제 도입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최근 김장을 직접 하는 가구 수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면서 천일염 소비량과 가격도 덩달아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해양수산부가 목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한 '천일염 생산량 관리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전남 지역 천일염 ㎏당 산지 단가는 2014년 9월 280원에서 2015년 9월 215원, 2016년 9월 160원, 지난해 9월 127원 등 내림세를 이어갔다.
천일염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김치 수입량 증가와 김장 문화의 변화가 꼽혔다.
보고서는 "일반 가구에서 천일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때는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김치·절임 배추의 수입량이 증가하는 만큼 천일염 국내 소비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치 수입량은 2012년 21만8천여t에서 2016년 25만3천여t으로 증가했고, 김장철에 많이 찾는 절임 배추 역시 수입량이 같은 기간 3만4천여t에서 4만여t으로 늘어났다.
번거로운 김장 대신 김치를 사 먹거나, 김치를 담그더라도 절임 배추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풍토도 영향을 끼쳤다.
일반 가정에서 김장할 때 신선·절임 배추 사용 비율은 2011년에는 신선 배추가 61%로 절임 배추 39%를 압도했지만, 지난해에는 절임 배추가 52%로 오히려 신선 배추를 앞질렀다.
보고서는 "절임 배추의 증가는 일반 가구에서 신선 배추로 김장할 때보다 소금의 수요가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정부 주도로 나트륨 섭취량 감소 운동이 펼쳐져 저염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한몫했다고 봤다.
연구진은 천일염(3㏊ 기준, 30㎏ 포대 3천500개) 생산 원가를 분석한 결과 6천829만8천원 가운데 인건비가 4천830만원으로 70.7%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비가 840만원으로 12.3%를 차지했고, 기타 복리후생비·소모품비·수선유지비 등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은 현재 천일염 산지 가격이 낮은 수준임에도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요인"이라며 "소규모 생산자가 생산하는데 소비자는 전국에 흩어져 있어 다수의 중간 상인과 다단계 유통 과정이 개입돼 큰 비용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또 적정 가격을 20㎏ 기준으로 5천300원으로 봤을 때 이 가격이 유지되려면 적정 재고량은 2만5천t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고량 2만5천t을 맞추려면 지난해 말 기준 재고량 15만7천t의 84%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보고서는 "재고를 단기간에 소진하려면 모든 소금 생산 어가가 생산량을 4년간 최소 25% 이상 감축해야 한다"며 "가장 강력한 생산량 감축 방안은 생산량 할당제를 도입해 재고를 소진하고, 예상 판매량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례를 통해 생산 시기를 조절해 천일염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진은 국내 천일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 종합유통센터를 설립해 직거래 정착 ▲ 천일염 이력제 활성화 ▲ 원산지 표시의무 강화 ▲ 고품질 천일염 생산 홍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식염(食鹽)은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지만, 첨가 비율이 낮아 원산지 표시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대량 소비처에서 값싼 외국산 천일염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 국산 사용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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