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민간 여객기, 병원 등을 폭파하겠다며 수천 건의 장난 전화를 한 미국계 이스라엘인 해커에게 이스라엘 법원이 22일(현지시간)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스무 살인 마이클 카다르는 2015∼2017년 3년간 약 2천 건의 테러 위협 장난 전화를 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범행 당시 그가 10대였다는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찰과 공조 수사를 해 온 미 법무부는 지난해 기소장에 신원을 명시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JCC(유대계 주민센터) 폭탄 사기꾼'으로 불리기도 한 카다르는 미국, 호주 등의 공항, 쇼핑몰, 경찰서, 병원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변호인은 그가 자폐증과 뇌종양을 앓고 있어 법률적인 판단능력을 갖췄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의 구형보다 형기가 3년 더 긴 징역형을 내렸다.
텔아비브 소년법원 재판부는 카다르에게 자폐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능이 높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면서 "의료적 정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형량은 훨씬 더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미국 법정 기록에 따르면 카다르는 최소한 245차례의 위협 전화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중에는 2017년 1월과 2월에 저지른 폭탄과 총격 위협이 포함됐는데 상당수는 '반 명예훼손연맹(Anti-Defamation League) 같은 유대인 단체를 겨냥한 것이었다.
카다르는 위협 전화를 할 때 곧 테러가 벌어질 것처럼 속이려고 생생한 묘사를 곁들이곤 했는데, 특히 어린이 시설에서는 종종 긴급대피나 엄격한 출입차단 조치가 취해졌다.
2015년 6월에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전투기들이 긴급 출동해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 'El Al' 소속 여객기를 경계 비행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됐다고 협박한 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카다르였다.
미국 프로 농구팀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을 태운 '버진 어틀랜틱 항공' 여객기는 카다르의 장난 전화에 속아 착륙과정의 화재 위험을 줄이려고 항공유 8t을 공중 방출했다.
카다르는 추적하기 어려운 인터넷 IP 주소로 자신의 온라인 실체를 숨기고, 음향 변조 기술로 통화 목소리도 바꿨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 수사를 벌인 끝에 지난해 이스라엘의 해안 도시 아슈켈론에서 그를 찾아냈다.
이스라엘에서는 카다르가 학교에 폭탄이 설치됐다고 위협 전화를 해 주고, 시험 연기를 바라는 학생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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