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렌트·리스차 빼돌려 유통…67대는 행방 묘연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사채업자·수입차 딜러 등 13명 구속·92명 불구속입건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최고 4억원이 넘는 고급 수입차를 이른바 '대포차'로 만들어 시중에 유통한 대규모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오 모(42) 씨 등 4명, 자동차등록증·번호판 위조책 권 모(35) 씨 등 2명, 대포차를 담보로 받은 사채업자 박 모(38) 씨 등 4명, 대포차 유통을 알선한 수입차 딜러 윤 모(32) 씨 등 3명을 사기·장물취득·횡령·자동차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1월∼2018년 5월 급전이 필요한 개인렌트 차량이나 리스 차량 대여자들에게 수입차를 넘겨받아 차량등록증과 번호판을 위조한 뒤 사채업자에게 넘기는 식으로 서류상 차량 소유주와 실제 이용자가 다른 '대포차'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렌트는 사업용이 아닌 자동차를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불법이지만, 번호판이 '허'나 '호'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손님을 모은다. 리스한 차량을 매도·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이들이 대포차로 둔갑시킨 수입차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맥라렌, 벤틀리, 롤스로이스, 벤츠, BMW 등 110대로 판매가격으로 따지면 13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67대는 이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4월 2억원 상당의 재규어를 빌려 타지만 리스료 체납액이 많은 여 모(33) 씨에게 접근해 보름간 차를 대여해주면 350만원을 준다며 차를 받은 뒤 대포차로 바꿨다. 이들은 이후 이 차를 사채업자에게 현금 3천만원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돈이 필요한 김 모(45) 씨에게 렌트카 사업에 필요한 수입차를 리스로 출고해주면 리스료를 대납해주는 것은 물론 사례금으로 매월 10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8천500만원 상당의 벤츠를 리스 받아 대포차로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채업자들은 리스 차량에 설치된 위치추적기(GPS)를 제거한 뒤 경기 남양주 창고와 전남 함평 축산농장 등에 숨겨놓았다. 리스 차량을 되찾아가지 못하도록 핸들에 이중잠금장치를 설치해놓기도 했다. 리스차를 돌려달라고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담보금액의 2배를 요구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과거에는 대포차가 범죄에만 이용됐으나, 최근에는 고급 수입차를 실제 가격의 30∼40% 수준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대포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차는 누가 운전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뺑소니, 통행료 미납과 세금체납 등을 유발하고 각종 범죄 도구로 이용된다"며 "다른 사람에게 차량 명의를 빌려주거나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운송행위에 제공하는 것은 대포차 유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포차 유통조직 외에도 이들에게 리스 명의를 빌려준 조모(36)씨, 자가용 자동차를 불법으로 제공한 유상운송업자 이모(26)씨 등 92명을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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