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해경특공대 대테러 훈련시설이 주민 기피시설?

입력 2018-11-24 09:39  

[현장 In] 해경특공대 대테러 훈련시설이 주민 기피시설?
주거지 인근 건립 두고 해경·주민 충돌
해경 "국가에 꼭 필요한 시설" vs 주민 "주거지 인근에 안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주민 동의 없는 대테러 훈련시설 결사반대."
부산 영도구 130여곳에 붙어 있는 현수막 내용이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이 주거지 인근인 부산 영도구 옛 해사 고등학교에 경찰특공대 훈련장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지난 8월부터 영도 곳곳에 이와 같은 현수막을 부착하고 반대에 나선 것.
남해해경청은 옛 해사 고등학교가 있는 4만9천896㎡ 부지에 국비 247억원을 투입해 숙영·행정·훈련 동과 함께 화약·탄약고 시설을 건립을 계획했다.
사업 계획이 알려지자 영도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 대테러 훈련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에 나섰다.
주민 반대에도 남해해경청은 대테러 임무 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을 강조하며 사업 강행 의지를 보였다.
영도구 주민 1만5천여명은 연대 서명을 통해 주거지 인근 특공대 건립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해경은 당초 계획을 변경해 주민들이 우려했던 화약고와 탄약고를 시설에서 제외하고 헬기 강하 훈련도 하지 않을뿐더러 시설 일부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 백지화가 아니면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섰다.



남해해경 관계자는 "출동시간 등 특공대 입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옛 해사고 터 만한 자리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번에 착공하지 못하면 사업비를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해해경청만 마땅한 특공대 훈련장이 없어 선박 정비창 등에서 열악하게 훈련하고 있다"며 훈련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책위 측은 "뒷산을 제외하면 3면이 주택과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대테러 시설은 있을 수 없다"며 "헬기도 뜨지 못하는 곳에 왜 훈련시설을 지으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훈련장이 들어선 뒤 주민 우려 시설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건축협의가 진행됐다며 건축협의 무효 소송과 건축협의 효력 정지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백평효 영도구의회 의장은 "중재안으로 여러 대체부지를 물색했지만, 착공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갈등이 불거지기 전 해경과 주민 간에 충분한 소통이 선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 대책위와 남해해경청은 간담회를 만나 서로의 입장을 다시 한번 교환하며 합의점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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