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면제'로 北美대화 숨통 트이나…내주 고위급회담 재개 주목

입력 2018-11-24 09:46  

'제재면제'로 北美대화 숨통 트이나…내주 고위급회담 재개 주목
북미협상 중대 분수령…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청신호 되나
북미 신경전은 지속 가능성…제재완화-사찰·검증 접점찾기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3일(현지시간)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를 인정,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동안 대북제재에 대해 강경 입장을 보여온 상임이사국 미국이 이에 동의, '선(先) 비핵화', '선(先) 검증' 원칙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남북협력 사업을 위한 숨통을 틔워주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 주목된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손을 내민 '유화적 신호' 발신의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예외인정이 북미 간 교착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고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는 길을 닦는 촉매제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한차례 불발됐던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내주께 다시 개최되느냐 여부가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21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내년 봄 예정된 한미연합 야외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FE)의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비핵화 협상을 촉진 시키기 위한 미국 측의 제스처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그동안 북미 간 기 싸움의 최대 뇌관으로 꼽혀온 제재 문제에서 남북협력 사업이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융통성을 발휘, 북측에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1차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일단 공동조사와 착공식 일정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이번 조치가 남북 간 구체적인 협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실상 첫 제재 예외 인정이라는 점에서 이후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제재면제가 보다 활성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각에서도 고개를 든다.
이번 조치는 한미 워킹그룹이 지난 20일 워싱턴DC에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래 맺은 첫 '결실'이기도 하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미국 측 관계자들과 1차 회의를 개최한 뒤 "미국 측이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제재면제 동의'로 그동안 지연됐던 남북 간 철도 공동조사가 진행되게 됨에 따라 남북관계의 속도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앞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한미 간 균열설도 일단은 잦아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북한의 반응에 모아진다.
북한이 이에 화답, 다시 테이블에 앉을 경우 지난달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제4차 방북 이후 주춤했던 북미 간 협상은 다시 시동을 걸게 된다.
무엇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의 내주 개최 여부가 1차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11·6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회담이 북한의 '요청'으로 돌연 연기된 이후 양측 간에 물밑대화는 계속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28일까지 만나자"며 북한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 일정 발표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측이 제시한 이 일정은 오는 30일∼내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간 현지에서 미중, 미러 정상회담을 예정한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도 이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희망 시간표대로 내주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릴 경우 그 결과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답방 등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남북미 연쇄 외교 일정과 비핵화·평화체제 프로세스의 향배를 가를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나는 2019년 초에 두 (북미) 지도자 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정말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내년 초 2차 핵 담판' 시간표를 잇달아 재확인한 가운데 북미고위급 회담의 문이 열리면 당장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스티븐 비건-최선희'라인의 실무협상 채널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며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 및 날짜·장소 등 실행계획(로지스틱스)에 대한 준비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북미,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선순환 효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미국이 '선(先) 비핵화·검증 - 후(後) 제재완화' 원칙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데다 이번 제재면제는 공동조사와 착공식에 국한된 것이어서 북미 간 신경전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아세안(ASEAN)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제재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측은 대북 제재 전선의 균열을 막기 위한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공동조사와 착공식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때 대북제재 문제가 또다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이후 북한의 비핵화 및 사찰·검증 등 후속조치를 지켜보면서 추가 제재면제를 이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 갈 길이 멀다"며 장기전을 공언한 대로 미국 측은 시간에 쫓긴 나머지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기조를 일단 유지하고 있어 제재완화와 사찰·검증 사이의 퍼즐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장 북미가 접점을 못 찾더라도 대화의 끈을 살려가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의사결정'의 공을 넘길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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