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기관 따라 널뛰는 정당지지율…원인은 조사방식 차이
"전화면접, 응답자 본심 끌어내" vs "ARS, 익명성 보장으로 샤이보수 잡아내"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민주 44%, 한국 14%, 정의 10%, 바른미래 6%, 평화 1%'(11월 23일·한국갤럽)…'민주 39.8%, 한국 22.6%, 정의 8.7%, 바른미래 4.9%, 평화 2.1%'(11월 22일·리얼미터)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정당지지율 조사결과다.
하루의 시차를 두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로, 수치 차이가 꽤 크다. 특히 자유한국당 지지율에서 차이가 큰 편이다.
조사 기간도 한국갤럽 지난 20∼22일, 리얼미터 19∼21일로 비슷했지만, 두 기관이 제시한 한국당의 지지율 차이는 8.6%포인트나 된다.
한국갤럽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리얼미터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로, 한 기관의 한국당 지지율이 다른 기관 조사결과의 오차범위 밖이다.
지난주 조사뿐 아니라 한 달 전인 10월 18일과 19일 발표된 조사에서도 리얼미터(10월 18일)는 한국당 지지율을 20%로, 한국갤럽(10월 19일)은 13%로 발표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추세가 유지됐다.
비슷한 기간 발표된 조사결과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조사 방식 차이를 꼽는다.
한국갤럽은 전화면접(100%) 방식을 사용하고, 리얼미터는 ARS 자동응답(90%)과 전화면접(10%)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녹음된 음성을 듣고 버튼을 눌러 답하는 ARS 방식보다 응답률이 높다.
이 때문에 전화면접 조사는 정치에 적극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일반 유권자의 응답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ARS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끝까지 응답했을 확률이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 응답하는 확률이 높고, 중도 표심은 잘 못 잡아내는 경향이 있다"며 "사람이 직접 묻고 첫 질문에서 무응답이 나오면 다시 한번 물어보는 전화면접 조사가 응답자의 본심을 좀 더 잘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면접원에게 직접 지지 정당을 밝혀야 하므로 이른바 '샤이보수' 표심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는 ARS 조사에서 좀 더 잘 잡아낼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통화에서 "전화면접의 경우 투표로 치면 기명 투표에 해당하기 때문에 탄핵과 총선 패배 등으로 사회적인 신뢰를 많이 잃은 한국당 지지층의 경우 드러내놓고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기명 투표라고 볼 수 있는 ARS 방식이 샤이보수 표심을 좀 더 잘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당보다 한국당의 지지율 차가 두드러지는 것도 이런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사 방식의 차이로 어떤 계층과 성향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지가 갈리고, 가중치를 반영하는 과정 등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현실에 보다 가깝게 조사하려면 실질적 랜덤샘플링을 하고, 출신지역은 물론 연령대와 이념적 성향에서도 모집단 비율과 비슷하도록 맞추고 응답률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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