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규모 유·무선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불은 10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졌으나, 통신장애 복구율은 25일 오전 현재 50%를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임시 우회망을 설치해 통신을 재개하는 가복구에는 1∼2일, 완전복구에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화재로 아현지사 회선을 이용하는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KT 유·무선 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아 대혼란이 일어났다. KT는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 사과 문자를 발송했다.
초연결 시대에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비즈니스가 무너진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물건을 살 수도 없고, 인터넷이 단절돼 TV를 볼 수도 없다. 티켓 예약도 불가능하고 친구나 가족과 통화할 수도 없다. 유·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세상과 단절될 수밖에 없다. '먹통 세상'이 되면서 커피점, 편의점, 식당 등 상점의 영업 차질이나 일반 KT 고객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23차례의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만 하루를 넘긴 경우는 없었다. 그전에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1994년 3월) 때 등 한두 차례 통신장애가 사나흘 이어진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통신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KT는 당장 고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속한 통신장애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훼손된 통신회선 완전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면 임시 우회망을 최대한 빨리 깔아 가동해야 한다. 소방당국과 협조해 화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수많은 고객에게 '먹통 세상'을 만들고도 하루가 지나도록 화재 원인조차 모른다면 직무 태만도 그런 직무 태만은 없다. 불편을 겪거나 손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KT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약관에는 고객의 책임없이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시간당 기본료와 부가 사용료의 6배를, IPTV는 시간당 요금의 3배를 보상토록 규정돼 있다고 한다.
허술한 설비 관리와 소방법 허점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천 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밀집돼 있지만,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상주 직원도 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좁은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면 연기 때문에 진입이 어려워 소화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야 초기진화가 쉽다. 그런데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소방법 때문이라니 어이가 없다. 소방법에는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아현지사 지하구는 그보다 짧다. 이 규정은 이참에 반드시 고치기 바란다. 당국에도 부탁이 있다. 통신시설이나 전력시설은 물론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여 대규모 혼란이나 국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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