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에 속수무책 지하 통신구…"국가 기반시설급으로 관리해야"

입력 2018-11-25 15:07  

사고에 속수무책 지하 통신구…"국가 기반시설급으로 관리해야"
과거 화재 때마다 '통신 재난'…민간 관리 의존·주관부처 불분명
"망 이원화·방재설비 갖춰야"…화재 시 타 통신사와 망 공유 검토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김잔디 기자 = KT[030200] 아현지사 화재는 통신선이 밀집한 통신구가 대형 통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거 통신구 화재는 대부분 '통신 재난'으로 이어졌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복되는 장애에 망 이중화(백업) 체계 의무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구는 통신케이블과 전화 회선 매설을 위해 지하에 설치한 시설물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전국 수백㎞에 걸쳐 깔려 있다.
통신구는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쉽게 번지고,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로 과거 통신구 화재는 대규모 통신 마비 사태로 이어졌다.
1994년 3월 10일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 사태를 몰고 왔다. 화재로 통신선로 32만1천회선이 손상돼 서울과 수도권 일대 전화, 무선호출기(삐삐), 이동전화는 물론 은행 전산망과 방송회선까지 끊겼다. 전화는 화재 발생 나흘만인 14일 오전에야 완전 복구됐다.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원화된 자동연결선로를 확보하고, 광케이블 피복제를 불연재로 교체하는 등의 대책이 쏟아졌지만 같은 해 11월 18일 대구 지하 통신구 화재로 대구 시내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각종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2000년 2월 18일에는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불이 나 21일까지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당시 전화 3만3천회선이 소실됐고, 32억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당시에도 서울시가 나서 공동구 소방과 보안 감시시설을 구축하는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2014년 자체 실태조사에서 통신·전력선 지지대 훼손, 방화재 주입 불량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통신구 사고가 날 때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정부 차원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무용지물에 그치는 실정이다.
현재 통신구와 전력구 등 지하구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지하구 내부에 설치된 케이블은 전력구는 한국전력공사, 통신구는 통신사가 자체 내규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무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주관부처가 불분명하고, 유지보수나 안전 진단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다. 민간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지하구는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통신구의 경우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회망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행법과 제도에는 전국 단위의 서비스에만 백업 체계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KT 아현지사의 경우 서울 마포와 서대문 등 일부 지역만 관할하기에 백업 체계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통신 서비스의 범위가 금융, 의료, 보안, 배송 등으로 확대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엄격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통신은 마비되는 순간 인터넷과 통신, 뱅킹 등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 기반산업에 준하게 관리돼야 한다"면서 "국가적으로 통신망 이원화 등 백업을 유도하고, 케이블 등이 밀집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 화재 대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통신망을 전부 이중화할 수 없으므로 사고 이후의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기술적 절차와 대처 방법 등에 대해 면밀한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통신구 주변 부위의 화재 가능성, 화재가 발생했을 시 통신실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화구 등의 설비가 제대로 시공·관리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처럼 카드결제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백업 체계 구축과 함께 다른 통신사와 망을 공유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KT 오성목 사장은 "이번처럼 망이 죽었을 때 타사 망을 쓰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다음에 구체화할 수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12월 말까지 사업자 간 우회로 확보와 화재방지 시설 확충 등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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