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민적 여망인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권의 고질적인 당리당략적 접근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제 1·2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선거구제가 핵심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표(死票)'가 지나치게 많고 '지역 독식'이라는 민의 왜곡 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는 거대 양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가 양당제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선거제 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주목했으나 원내 1·2당의 기득권 집착 때문에 도입은 번번이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최근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보인 행보는 아쉽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만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다수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어렵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현행 제도에서) 비례성이 약화하는 것을 보정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를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비례대표제 강화를 주장했던 야당 시절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향적 검토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만, 현재의 의원정수 동결이나 축소를 전제조건으로 내건다. 연동형으로 갈 경우 민주당처럼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울 리 없다. 그래서 의원 증원에 반대하는 국민을 방패 삼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셈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고 주장한 데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비례성·대표성 보장 선거제 개편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지난달 출범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1명을 상대로 조사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전체 응답자의 42%가 '좋다'고 답했고, '좋지 않다'는 응답률은 29%에 그쳤다. 여러 면에서 선거제 개혁을 이루기에 적기로 꼽힌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결단을 압박했다. 이들 3당은 이 시대 최고의 정치개혁이 선거제 개혁이고 지금이 그 적기라며 이번 정기국회 내 초당적 합의를 촉구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합의를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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