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유엔 안보리 소집 요구…우크라, 계엄령 검토
러 "우크라 군함 영해 침범"…우크라 "합법적 항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두 나라 사이에 러시아 측의 화력까지 동원된 해상 충돌이 발생해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25일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던 우크라이나 해군 포함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했다고 AP통신 등이 우크라이나 해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2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와 러시아 타만반도 사이에 위치한 케르치해협은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길이 약 41km. 너비 4∼15km의 해협이다. 러시아는 이 해협 위로 크림반도와 러시아 쪽을 잇는 케르치 브리지(Kerch Bridge)를 최근 준공했다.
이번 충돌 직후 러시아 측은 대형 벌크선을 동원해 케르치 브리지를 봉쇄했다.
러시아 측은 얼마나 케르치해협 봉쇄를 지속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아조프해변의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해군에 따르면 예인선 '예니카푸함'은 이날 포함 2척의 호위를 받으며 흑해 오데사항을 떠나 케르치해협을 통과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아조프해 마리우폴항으로 항해할 예정이었다.
2003년 체결된 양국 간 조약은 케르치해협과 아조프해를 공동 영해로 규정해 놓고 있지만 러시아는 크리미아반도 병합 후인 2015년 이후 케르치해협의 통행과 관련해 우월적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으로 오늘(25일) 오전 7시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세 척이 각국의 해안 안보 보장을 규정한 유엔해양법협약 19·21조를 위반, 러시아 영해로 불법적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FSB는 "우크라이나 군함은, 케르치해협을 통과할 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러시아 규정을 위반하고 위험한 항해를 하고 있다"면서 흑해와 아조프해, 케르치해협의 항행 보안과 해상교통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안경비대를 관할하는 FSB는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이번 도발을 준비하고 실행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FSB는 우크라이나 함정의 항해를 저지하고 나포하는 과정에서 화력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경비함정 한 척은 우크라이나 예인선의 항해를 저지하기 위해 선체 충돌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예니카푸함과 호위 함정의 항해 계획을 러시아 쪽에 미리 통보했다며 케르치해협에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해안경비 함정들이 공공연하게 우리 해군 함정을 상대로 적대적인 행위를 했다"며 예인선의 엔진, 선체, 측면 레일과 구명정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 직후 케르치해협 상공에서는 수호이 Su-25 전투기 2대가 포착됐으며, 러시아 국영 TV는 현장에 배치된 전투헬기의 영상을 방송했다.
이날 양국 함정의 충돌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양국 간 심각한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생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흑해와 아조프해에서 러시아의 도발 행위가 선을 넘어 적대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합법적인 항해를 하는 자국 군함에 고의충돌해 파손한 러시아의 행위에 국제사회가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계엄령을 실행할지 논의해 달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자제를 당부하면서 러시아 측에는 우크라이나 배들이 케르치해협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전 1시 열릴 예정이다.
[로이터 제공]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