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몇년 간 고질적인 쓰레기 수거 문제가 악화되면서 도심의 쓰레기통 주변에 갈매기와 쥐떼가 창궐하는 것은 물론 멧돼지들까지 출몰하며 '동물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또 하나의 성가신 동물이 출현했다.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나라로 이동하는 철새 찌르레기가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 강변에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이 일대에 배설물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통에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불평이 높아지고 있는 것.
그러자, 로마 시가 수십 만 마리에 달하는 찌르레기를 쫓을 방편으로 송골매를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영문 뉴스사이트 더 로컬이 25일 보도했다.
실제로 로마 시내에서는 찌르레기의 배설물을 맞지 않으려 맑은 날씨에도 우산을 펴들고 길을 걷는 주민들이 빈번하게 목격되고 있다. 지난 주 초반에는 테베레 강변을 따라 난 도로 일부가 찌르레기 떼의 똥으로 뒤덮이며 폐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당국은 새들의 분변이 최근 내리는 잦은 비와 결합하면서 도로와 보도가 극히 미끄럽게 변해 사고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방적 차원에서 통행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찌르레기 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자 로마 시는 송골매를 이용해 새들을 쫓아낸다는 구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로마 시는 매 조련사가 송골매를 찌르레기 서식지에 풀어놓으면, 포식자의 출현에 놀란 찌르레기들이 흩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아울러, 찌르레기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소리를 서식지에 틀어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로마 시가 "잔혹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런 구상에 동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동물단체 '아니말리스티 이탈리아니'의 리날도 시돌리 대변인은 "로마시의 구상은 야만적이며, 잔인하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로마 시의 계획은 또한 공인된 야생동물 보호센터의 승인 없이는 조류를 풀어놓지 못하게 한 시의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마 시가 불결한 환경 정비를 위해 동물을 동원하려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정난으로 도시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로마 시는 방치된 시내 공원과 녹지 지대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공원에 양떼를 풀어놓아 잡초를 뜯어 먹게 한다는 구상을 지난 5월 공개한 바 있다.
한편, 로마 시는 지난 6월 극우정당 '동맹'과 손잡고 집권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2016년 6월부터 이끌고 있다. 투명한 행정을 강조하는 라지 시장은 마피아가 시정에 침투하며 '마피아 수도'라는 오명을 얻은 로마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취임 이후 로마의 열악한 대중교통, 쓰레기 수거난, 도로 곳곳에 팬 구멍 등 열악한 인프라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달에는 거주 환경의 악화에 분노한 로마 시민 수천 명이 시청 앞에서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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