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여명 평화시위하다가 샌디에이고쪽 담장으로 몰려
공포에 질린 아이들 최루가스에 울음 터트리기도
(서울·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중미 출신 이민자(캐러밴)들이 국경을 넘으려 하자 미국 국경순찰대측이 최루가스를 발사하면서 저지했다.
25일(현지시간) 멕시코 밀레니오 TV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민자 수백여명이 평화시위를 벌이다가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이민자들은 이날 손으로 그린 미국과 온두라스 국기를 들고 "우리는 범죄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국제 노동자들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 국경을 향해 행진했다.
플라스틱 보호 장구를 착용한 멕시코 경찰이 미국 국경 검문소 앞에서 행진하던 이민자들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부 이민자 남성들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수로를 가로질러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자 미국쪽 요원들이 최루가스를 발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민자 가운데 일부는 가시철조망에 구멍을 내다가 최루가스에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부모 품에 안긴 채 이민자 대열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최루가스 폭발음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기침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미 국경 순찰 헬리콥터가 국경을 따라 저공비행을 하고 미 요원들은 국경 철제 펜스 뒤에서 경계를 서는 등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충돌이 격화하자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에 있는 산 이시드로 검문소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했다.
알폰소 나바레테 멕시코 내무장관은 "약 500여명의 이민자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월경하려고 했다"며 그들을 추방하고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민자들이 국경순찰대 대원들에게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러한 행위는 묵과할 수 없으며 보안과 공공질서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검문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한 달여 간의 여정으로 멕시코를 경유해 접경 티후아나까지 올라온 온두라스 등 중미 출신 이민자는 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티후아나의 스포츠 단지와 그 주변에서 노숙하고 있다.
중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산 이시드로 미 국경검문소는 하루에 100건 미만의 망명신청을 처리하고 있다.
캐러밴이 속속 몰려들자 인구 160만 명이 거주하는 티후아나의 후안 마누엘 가스틀룸 시장은 지난 23일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했다며 유엔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의 현행법은 입국의 합법성과 무관하게 망명 신청자가 미국에 체류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신청을 승인하기 전까지는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망명 심사 기간 이민자들이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방안이 양국 정부 간에 합의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지만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멕시코 차기 정부는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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