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데…" 'KT 화재' 카드결제·인터넷 먹통 곳곳 계속

입력 2018-11-26 15:14   수정 2018-11-26 20:10

"월요일인데…" 'KT 화재' 카드결제·인터넷 먹통 곳곳 계속
PC방·분식집 "단골 끊기면 어쩌나" 울상…대학 모바일 학생중도 장애
피해지역 주민들 "현금 챙겨 나와…편히 쉬지도 못했는데 월요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이틀 전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주말 동안 일상이 멈췄던 서울 중서부권은 월요일인 26일 일상을 되찾은 듯한 풍경 곳곳에서 여전히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KT 아현지사가 있는 충정로 주변만 둘러봐도 여전히 통신 장애로 인터넷이나 카드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PC방·카페가 여럿 있었다.
충정로의 한 PC방 겸 카페는 출입문에 붙인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인터넷 장애가 발생해 영업이 현재 불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사흘째 떼지 못했다.
이 PC 카페는 커피와 식음료는 정상적으로 판매한다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PC게임을 하러 오는 단골이 주 영업 상대여서 사흘째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매니저 이 모(38) 씨는 "주말 매출 비율이 높아서 타격이 크다"면서 "게임을 하러 왔다가 헛걸음한 단골이 많아서 (단골이 끊길까 봐) 걱정"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KT에 언제쯤 복구되는지 문의했는데 '곧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언제쯤 복구될지 알 수가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 결제와 계좌이체로만 커피값을 계산하다가, 오후 들어서야 겨우 카드결제가 복구됐다.
이 카페 사장 김 모(44) 씨는 "KT 직원이 오후 1시께 가게에 와서 조치해준 뒤로 카드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오전에 손님 몇 명이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는 교내 KT망 장애로 포털시스템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바일 학생증 기능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평소 모바일 학생증으로 중앙도서관을 출입하던 학생들이 출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기말고사 시험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서도 아직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점포가 눈에 띄었다.
'KT 통신 장애로 인해 계좌이체,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를 붙인 한 분식점에서는 "우리 집은 아직 복구가 안 됐다"며 "오후에 기사님이 오셔서 손 봐주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 카드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점포들에서는 "주말 동안 장사를 거의 못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오늘은 카드결제 된다"며 손님을 불러들이던 숙명여대 앞의 한 분식집 주인은 "요새 학생들 대부분 카드를 쓰는데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하니 발길을 돌리더라"면서 "고깃집 같은 큰 가게에서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결제 시스템이 복구된 점포들은 주말 동안 타격을 입은 매출을 메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26일 오전 기준으로 무선회선은 84%, 인터넷은 98% 복구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께 KT 아현지사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

통신이 끊겼던 지역에 살거나 회사가 있는 시민들은 '혹시나 또' 하는 마음에 현금을 준비했다.
직장인 이 모(33) 씨는 "카드결제가 안 되는 점포에서 계좌이체로 돈을 받는다길래 번거로울 것 같아 미리 현금을 뽑아 출근했다"며 "이제라도 카드결제가 되는 곳이 많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피해지역 주민 중 인터넷·TV에 휴대전화까지 모두 KT인 탓에 주말 동안 '디지털 이재민'이 됐던 이들은 "주말 내내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월요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포구 신수동에 사는 김 모(38) 씨는 "인터넷은 일요일 저녁에 복구됐지만, 전화는 주말 내내 불통이었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는 서대문구에 있는 커피숍을 찾아가 급한 업무를 처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전화는 오늘 아침까지 복구가 안 됐지만 마포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니 전화가 잘 된다. 이제야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공덕동에 사는 김 모(30) 씨는 "일요일 밤 12시가 다 돼서야 인터넷과 TV가 복구됐다"면서 "이참에 미뤄뒀던 책이나 읽을까 하고 펼쳐봤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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