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KT '디지털이재민' 피해보상과 안전조치 주목한다

입력 2018-11-26 16:33  

[연합시론] KT '디지털이재민' 피해보상과 안전조치 주목한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의 한쪽을 마비시킨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IT 한국의 안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주말 대목에 카드결제 단말기가 먹통이 돼 장사를 망치고, 휴대전화에 심어둔 교통카드를 갑자기 찍을 수 없다면 IT 한국은 '안전한국'이 아니다. KT는 유·무선 가입 고객에게 1개월 치 요금 감면을 약속했다. KT 황창규 회장은 개인 및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적극적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간접피해에 대한 보상은 통신사 약관에 없고 전례도 없어 KT는 험난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 9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자연재난의 범주를 넓힌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번 통신 대란은 자연재해 못지않게 국민안전을 위협한 재난이었다. 서울 6개 구와 경기도 고양시까지 경제활동이 마비돼 '디지털 이재민'이 속출했다. 경찰 112통신시스템과 업무용 스마트폰,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도 영향을 받았다. 가장 큰 피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짊어졌다. 이들은 가뜩이나 불황과 높은 임대료 및 카드수수료,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생업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KT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적극적 피해보상을 초기에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 1차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피해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여 일단 다행스럽다. 통신장애에 따른 1차 피해보상만 이행해도 약관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소상공인이 영업 손실액을 특정해 증명하기 힘들고, 간접피해를 인정한 특별손해배상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판례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광범위했다. KT는 다음 달 1일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번 화재를 겪은 소비자는 초연결시대를 만든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을 기대하는 대신 위험을 걱정한다.

국가기간망 운영을 민간업체에 맡기고 있는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관계부처는 통신 대란도 재난으로 인식하고 별도의 안전관리 체계와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 단위 서비스를 하는 통신구에만 백업체계를 갖추게 하고 스프링클러나 CCTV 설치도 의무화하지 않은 법규도 26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논의됐듯이 시급히 고쳐야 한다. 통신사 피해보상 약관에 미비점은 없는지도 소비자 입장에서 살펴보기 바란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이나 개인 사용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연 매출 20조를 넘는 거대 통신업체 KT가 관련된 이번 사고의 후속조치는 중요한 선례가 됨을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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