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땅을 욕망한 인간이 남극에 남긴 흔적은

입력 2018-11-26 16:47  

미지의 땅을 욕망한 인간이 남극에 남긴 흔적은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 '남극-정물·궤적·유산' 내일 개막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뉴질랜드 출신 여성 사진작가 제인 어셔는 2008년 로스섬에 남은 남극기지로 향했다.
그는 섬에서 로버트 팰컨 스콧(1868∼1912), 어니스트 섀클턴(1874∼1922)과 탐험대원들이 사용한 기지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남겼다.
어셔는 새하얀 남극에 새겨진 정서로 침울함, 친밀감, 고요함을 꼽고는 "스콧 선장의 기지를 처음 둘러봤을 때 괴상하지만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그가 뉴질랜드 자선 재단인 '남극유산보존신탁'의 지원을 받아 촬영한 사진들이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걸렸다.
27일 시작하는 전시 제목은 '남극-정물·궤적·유산'. 정물의 흐름이 궤적을 남기고, 그 궤적이 유산이 된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전시 기획자인 이상현 박물관 전시기획팀장은 26일 간담회에서 "남극은 막연하게 펭귄의 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과학이나 생물에 근거한 관점보다는 문화사 측면에서 조명하고자 했다"며 "우리가 남극의 오브제로 느끼는 사물 이면에는 역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셔가 찍은 사진으로 시작한 전시는 10분짜리 영상으로 이어진다. 삼면에 설치한 스크린에서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남극기지를 개척하려 한 인간이 만든 다양한 궤적이 나타난다.
오두막이라고 하기에는 커다란 기지, 그 안에 남은 집기와 사물이 광활한 남극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사진 중에는 조랑말을 위해 만든 대나무 설피, 스콧 원정기지 썰매견 유골,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스콧 집무실과 책상 풍경이 인상적이다.
남극을 갈망한 사람들의 숨결이 배인 정물들은 모서리를 돌면 만난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캔터베리 박물관에서 가져온 각종 자료가 진열됐다.
영국이 1901년 남극에 파견한 디스커버리호 원정을 비롯해 섀클턴의 님로드호 원정, 스콧이 주도한 테라노바 탐험대에 얽힌 유물이 눈길을 끈다.
디스커버리호 원정은 별도로 이름을 새긴 찻잔과 접시, 은제 계란컵, 금속 쟁반, 종이 자르는 칼을 제작했을 정도로 왕실로부터 든든한 후원을 받았으나, 나중에 대원들은 캔버스 천으로 부츠를 만들어 신었을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도 세상을 떠난 스콧 몸 위에서 발견된 암석, 테라노바 탐험대가 사용한 고도 측정계, 선박 화부(火夫)가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글이 나왔다.



전시에서는 한국 남극 탐험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1985년 민간단체인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의 남극 탐험을 시작으로 1988년 세종기지 설립까지 일련의 과정을 소개한다.
당시 탐험대원이었던 이동화 씨가 박물관에 기증한 탐험 각서, 일기, 훈련계획서, 신발, 아이젠, 나침반, 잠수복, 카메라 가방을 공개한다.
박물관은 인류가 남극에 남긴 유산을 조명하는 한편 지구온난화로 남극이 위기에 처했음을 전시 마지막 부분에서 경고한다.
기온이 지금처럼 올라가면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플랑크톤인 크릴 개체 수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상위 포식자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강현 관장은 "남극 탐험은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고 해도 팽창하는 제국의 열망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극지에 대한 영토 소유적 욕망이 비대해지면서 각국은 공동 목표를 위해 남극을 통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남극은 인류에게 거대한 시련의 상징처럼 다가왔다"며 "기획전을 둘러보면서 탐험의 궤적을 밟고, 환경의 미래를 잠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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