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모셔오는 부산항 환적화물…한해 200억씩 선사 지급

입력 2018-11-27 11:02  

돈 주고 모셔오는 부산항 환적화물…한해 200억씩 선사 지급
"하역료 낮은데 현금 퍼주기까지 실속 없는 항만 전락시켜"
"외국 선사 경쟁력 높여주는 꼴…근본적인 항만 효율성 개선에 투자해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만공사가 환적화물을 늘리자고 해마다 엄청난 현금을 선사 등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 하역료가 외국보다 턱없이 낮아 '싸구려 항만'이라는 지적을 받는 마당에 인센티브까지 줘 더욱 실속 없는 항만으로 전락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많은 전문가와 항만업계는 물론 항만공사 내부에서도 현재와 같은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부산항 환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데 투자해 선사와 항만업계 모두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 2003년 이후 총 2천500억원…한해 최대 269억원
27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환적화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부산항에 기항한 선사들에 현금으로 지급한 인센티브는 총 2천355억여원이다. 연평균 157억원꼴이다.
올해는 인센티브 예산으로 203억원을 책정했다.
첫해 83억7천만원이던 인센티브 규모는 이듬해 121억6천여만원으로 늘었고, 이후 2010년까지 연평균 120억원 선을 유지했다.
2011년에는 204억원으로 급증했고, 2017년에는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물동량 이탈 방지를 이유로 269억원까지 늘었다.
2011~2017년 연평균 지급액은 203억원이었다.

◇ "선사들 증가 물량 사실상 공짜 하역"
인센티브 도입 전인 2002년 388만7천개(20피트 컨테이너 기준)였던 부산항 환적화물은 2017년 1천97만8천개로 늘었다.



이 기간 인센티브를 증가한 환적화물로 나누면 개당 평균 3만7천여원을 지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7년에는 증가물량 개당 인센티브가 7만원에 가까웠다.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선사들은 해당 화물의 하역을 거의 공짜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항의 환적화물 하역료는 회당 3만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하역료 낮은데 인센티브까지…"실속 없는 항만 전락"
지난해 기준 부산항 컨테이너 하역료는 20피트짜리 개당 평균 5만원대에 불과하다. 일본 항만은 20만원에 가깝고, 중국도 평균 6만원을 넘는다. 미국과 유럽은 30만원대로 부산항의 6배에 이른다.
북항과 신항 9개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모두 합친 매출이 지난해에야 겨우 1조원을 넘었다. 육상만 665만4천㎡, 해상까지 더하면 2천만㎡를 넘는 공간을 차지한 것에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항만업계에서는 "지금처럼 하역료를 비롯한 환적화물 부가가치가 낮은 상태에서는 물동량을 늘려도 국가 전체로 보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증가물량의 하역료를 사실상 인센티브로 지원하는 데다 환적화물에 대해 입출항료 등 각종 항만시설 사용료를 감면해주기 때문이다.
선용품이나 기름공급 등 일부 낙수효과가 발생하지만, 대형선박들이 장시간 내뿜는 매연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 인센티브 대부분 외국 대형선사 차지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70%는 외국 선사가 처리한다. 환적화물은 외국선사 비중이 75%에 달한다.
따라서 항만공사가 지급하는 인센티브 대부분이 외국 선사 호주머니에 들어간다. 적지 않은 국부가 유출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 관계자는 "환적화물에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며 "인센티브가 외국 선사의 경쟁력을 높여 국적선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두 간 환적화물 수송업체들이 낮은 운임 때문에 사람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많은 부두 노동자들이 무인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며 "이런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은 부두 운영사와 계약할 때 최소 보장물량을 초과분에 대해 하역료를 많이 할인받는 등 이미 인센티브를 챙기고 있다"며 "항만공사가 이중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항만공사 내부에서조차 인센티브 폐지나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항만공사는 인센티브가 실제로 환적화물 유치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근거도 내놓지 못한 채 지급을 강행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선사를 방문해보면 인센티브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수치로 계량화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효과는 있다"는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항만 관련 업계는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의 잘못된 정책으로 각종 서비스 요율이 계속 하락해 산업 전반이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도 내실은 팽개치고 물량에만 급급하다"며 "더는 선사에 물량을 구걸하는 듯한 저자세 마케팅에서 벗어나 위상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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