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고위급회담 이달말도 안열릴 가능성…2차북미정상회담 시간표에 여파?
트럼프, 시진핑·푸틴과 북핵 해법 모색할 듯…한미정상회담 성사도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북미의 기 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북한 측이 상응 조치의 핵심으로 요구하는 '제재완화' 문제의 벽에 부딪혀 북미가 대화재개의 문 앞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채 맴도는 모양새이다.
지난 8일 뉴욕 고위급 회담이 한차례 무산된 뒤 미국이 '28일까지 만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 관련 대북제재 면제에 '동의',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하며 북측에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북한은 아직 이렇다 할 공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대화 재개가 늦어지면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미칠 여파 등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 시간표가 전반적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내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기간 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우군'인 중국, 러시아와 잇따라 가질 미·중, 미·러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법'에 대한 돌파구 마련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점쳐져서다. 무엇보다 이 기간 한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11·6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8일 뉴욕에서 잡혔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북미고위급 회담이 북측의 요청으로 돌연 '연기'된 뒤 미국 측은 "일정상의 문제"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북측과 물밑조율을 계속 벌여왔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구체적 날짜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서 현재로선 11월 내 북미고위급 회담 개최가 물건너가는 듯한 흐름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여 이번 주 초중반까지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다. 일단 미국 측은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며 '2∼3일 더 지켜보자'며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그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 채널 가동도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이다.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 면제를 동의해준 것과 관련해 "지금 초점은 협상의 성공"이라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뜸 들이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태도로 '응수'하고 있다.
'선(先) 비핵화', '선(先) 검증'을 재확인하며 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제재완화에 대해 일정한 '답'을 받아내려는 북한과 비핵화 실행조치부터 내놓으라는 미국간 밀당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양상인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경제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전 태세도 다시 다졌다.
북미 대화 재개가 늦어질 경우 북미가 내년 초로 잠정적으로 일정을 잡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간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일단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날짜와 장소 등 실행계획(로지스틱스)을 짜내는데에도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와대도 당초 연내로 추진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연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는 등 연내 제4차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련된 일정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재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교집합 찾기가 난항을 보이면서 자칫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측불가능한 북미협상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극적으로 '답'을 보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북미 모두 판을 깨기를 원하지는 않는 흐름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 모색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후반 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개최한 자리에서 북핵 해법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미국 측은 그동안 대북 지렛대를 잃지 않기 위해 중국, 러시아의 대북제재 공조 전선 이탈을 막는데 부심해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2+2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중국으로부터 유엔 제재에 대한 '엄격한 이행'이라는 답을 끌어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다음번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러시아가 평양에 대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 정상들을 만나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 대화 테이블 견인을 위해 압박의 고삐를 조이는 방식을 택할지 아니면 유화 메시지 타전에 방점을 둘지 관심을 끈다.
이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질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남북 간의 관계가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밝혔으며, 최근 한미는 워킹그룹 본격 가동을 위해 대북 대응에 대한 체계적 공조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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