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개정판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진화론 창시자인 찰스 다윈(1809~1882)은 인류 사상사 대역작인 '종의 기원'으로 엄청난 지적 혁명을 불러왔다. 이 책은 생물종의 자연선택에 따라 생명이 진화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인류사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신이 중심이 되던 창조질서에 맞서 오랫동안 유럽사회를 지탱한 종교적 사회질서를 뿌리째 뒤흔들어버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류는 신에서 인간 중심의 주체적 사고관으로 옮겨간다. 기존의 낡은 사상에 대항해 인류에게 새로운 자연관과 세계관을 안겨준 위대한 사상가가 바로 다윈이었다. 그의 친구 토마스 헉슬리는 다윈의 이 같은 업적에 대해 "찰스 다윈보다 더 잘 싸웠던 사람도, 더 운이 좋았던 사람도 없다"며 극찬을 보냈다.
다윈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는 자연과학자로서 그가 살아왔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6년 동안, 자신이 걸은 삶의 궤적을 더듬으며 하나하나 들려주고 있는 것. 이 회고록은 다윈 사상이 당시의 종교적 믿음에 위배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출간되지 못하다가 사후 5년이 지나서야 겨우 햇빛을 봤다. 종교적 믿음이 완강했던 시대상을 고려해 논쟁적인 구절은 모두 삭제한 채였다.
그의 자서전이 온전한 형태로 나오기까지는 다시 70여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종의 기원'이 탄생한 지 꼭 100주년이 되던 1959년에 이르러 그의 손녀인 로라 발로우에 의해 온전한 모습을 되찾게 된 것. 이 완역본 자서전은 2003년 국내에 처음 번역·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오·탈자 교정, 문장 수정 등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영국의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다윈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사에 관심이 많았다. 조개껍데기, 새알, 암석과 광물, 곤충 등을 열심히 수집하고, 눈에 띄는 식물 이름을 모두 알아내려 할 만큼 일찍부터 경이롭고 매혹적인 자연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집안 영향으로 의과 대학에 진학했지만, 의학보다 자연사에 끌린 그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학을 공부했다.
이랬던 그를 자연과학의 세계로 인도한 계기는 영국 군함 '비글호' 탐사였다. 5년 동안 남미와 태평양, 인도양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오는 대탐사 여정에 참여한 그는 지질학 탐사는 물론 그곳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와 함께 수천 점 동식물과 암석 표본도 수집했다. '종의 기원'은 이 같은 여정에서 얻어낸 선택적 진화론에 근거해 출간된 결과물이었다.
다윈은 자서전에서 온갖 사물을 관찰하고 수집한 어린 시절, 우연한 기회에 비글호를 타고 떠난 5년 동안의 탐사 여정과 그 이후 점점 찾아들기 시작한 신앙에 대한 회의, 그리고 생태계 변이에 대한 의구심으로 진화론을 낳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밝힌다.
또한, 도자기 회사로 유명한 웨지우드 가문의 아내 엠마 웨지우드와 자식들에 대한 사랑, 전 생애를 과학에 바침으로써 인류사의 사고체계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삶도 회고한다. 자연과 생명에 쏟아부은 열정과 굳은 용기, 평범한 가장의 모습 등 다윈의 참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갈라파고스 펴냄. 25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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