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미운털' 홍콩 갑부 리카싱은 명단서 빠져
홍콩 언론 "리카싱, 중국 내 투자 줄였다가 당국에 밉보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개혁개방에 큰 공을 세운 홍콩 최고 갑부 리카싱(李嘉誠) CK허치슨홀딩스 전 회장이 '개혁개방 공신 100인 명단'에서 빠졌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다음 달 18일 열릴 '개혁개방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개혁개방에 큰 공을 세워 표창을 받을 100인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가 27일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마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고, 개혁개방 초기 대대적인 투자로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홍콩 재벌도 다수 포함됐다.
홍콩 자본은 개혁개방 초기 중국에 투자한 국외 자본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광둥 성의 경우 그 비중이 70∼80%에 달했다.
하지만 홍콩 최대 재벌로 중국 개혁개방에 큰 공을 세운 리카싱은 이번 명단에서 제외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광둥(廣東) 성 태생으로 12살 때 부모를 따라 홍콩에 온 리카싱은 1950년 청쿵공업을 창업한 후 항만, 통신, 소매, 부동산, 에너지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해 아시아 최대 재벌 그룹 중 하나를 건설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초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후 중국에 처음으로 투자한 외국 기업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서구 자본이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투자를 꺼릴 때 리카싱은 중국 본토에 대대적으로 투자했고, 개혁개방을 이끌던 덩샤오핑은 이를 매우 고마워했다.
리카싱이 100억 홍콩달러(약 1조4천억원)를 기부해 광둥 성에 산터우(汕頭)대학을 세우자 덩샤오핑은 그를 직접 만나 "조국에 대한 당신의 공헌에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카싱은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중국 지도자들은 그를 여러 번 만나 중국 경제성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리카싱의 장남 빅터 리(李澤鉅)가 악명높은 부호 전문 납치범 청체컹 조직에 납치되자 리카싱은 장쩌민에 이를 호소했고, 장쩌민의 특명을 받은 중국 경찰이 청체컹을 체포해 처형했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현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주석과는 관계가 긴밀하지 않다는 소문이 돈다.
그는 2011년부터 중국에서 부동산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호주와 캐나다, 영국 등에서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정치 환경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판단을 리카싱이 내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국 언론에서 본토 투자를 포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비애국적 자본가'로 몰리기도 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리카싱이 정치적으로 베이징 중앙정부에 협력하지 않고 수익성을 중시한 투자 활동을 펼친 결과 중국 지도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명단 발표에서 마윈 회장이 공산당원이라는 것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인민일보는 개혁개방 공신 100명을 발표하면서 마윈을 공산당원으로 표현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동안 마 회장이 공산당원일 수도 있다는 추측은 여러 차례 거론됐으나, 공산당 기관지가 공식적으로 마 회장의 신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산당이 영향력과 통제력을 재계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국진민퇴'(國進民退)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마 회장의 공산당 신분을 공개함으로써 당이 알리바바 같은 민간기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정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국진민퇴 주장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거졌으며, 금융 칼럼니스트 우샤오핑 등이 관련 글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증폭됐다.
마 회장은 지난 9월 "창업 20주년인 내년에 알리바바 회장에서 물러나 교육 사업에 헌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개혁개방 공신 100인을 발표하면서 기업가들을 대거 포함한 것은 이러한 국진민퇴 논란을 불식시키고 민간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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