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27일에도 서울 중서부권에는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점심 무렵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사 지하의 한 분식집에는 '죄송합니다. KT 화재로 인해 카드결제가 안 됩니다'라는 안내문이 입구와 메뉴판 등에 붙어 있었다.
점심 대신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손님들은 모두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값을 치러야 했다.
분식집 주인 A씨는 "어제 복구한다고 기사님이 오긴 했는데 안 됐다"며 "우리 집 쪽은 (복구까지) 아직 좀 먼 것 같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역사 내 빵집에서도 비슷한 안내 문구를 떼지 못한 채 복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옆 분식집에는 기사님이 왔다 갔다더라"는 말을 기자로부터 전해 들은 빵집 점원 B씨는 "우리는 (KT에) 전화는 해봤지만, 아직 누군가 고치러 오지를 않는다"며 "계좌이체는 받는다고 안내하고 있는데도 다음에 오겠다면서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곤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복구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정집에서의 불편도 일부 지역에서는 계속되고 있다.
마포구에 살면서 휴대전화와 인터넷·TV 모두 KT를 사용하는 김 모(31) 씨는 "휴대전화는 이제 터지는데 인터넷은 나흘째인데도 복구가 안 됐다. 당연히 TV도 안 나온다"면서 "인터넷 회선이 98% 복구됐다던데 내가 복구 안 된 2%에 들었나 싶어 슬프다"고 말했다.
북아현동에 거주하는 주부 장 모(58) 씨는 사흘간 불편을 겪다가 마침내 일상이 회복됐다.
장씨는 "오늘 아침 10시가 돼서야 인터넷이 연결되고, TV가 나왔다"며 "어제 인터넷이 98% 복구라고 기사가 나왔는데 이쪽 지역은 2%에 해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주변 상가에서 카드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장을 보기가 어려웠다"며 "현금을 인출해서 장을 봤지만 이제 복구가 돼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날도 서로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서대문구 아직 복구가 덜 됐나 보다', '현금 들고 다니기 낯설다', '인간이 편해지자고 만든 기술인데 사고가 나니 불편하고 겁난다'는 등 통신 사고에 대한 불편과 두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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