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 맞은 GM…세계 車산업 '삼각파도' 초비상

입력 2018-11-27 16:02   수정 2018-11-27 17:29

구조조정 '칼바람' 맞은 GM…세계 車산업 '삼각파도' 초비상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자동차 판매도 정체
미중 무역전쟁·연비 강화 역행도 혼란 키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미국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세계 자동차산업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비효율적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미래차 투자 늘리겠다'는 GM측의 원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조조정은 자동차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GM의 이번 구조조정은 미국 시장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투자조정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기존 휘발 세단의 중소형 세단이 가라앉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이 새롭게 부상하는 시점에서 전체적으로 생산과 투자계획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GM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차량의 3분의 2는 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SUV)였다. 주력인 중소형 세단의 판매는 급전직하했다. 일례로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GM의 로즈다운 공장은 2013년 쉐비 크루즈 24만8천대를 생산했으나, 지난해는 고작 18만대를 만드는 데 그쳤다. 3교대 근무는 1교대로 축소됐다.
반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는 정책적 규제 완화와 새로운 수요의 창출 속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GM 투자전략의 변화를 압박했다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GM의 전환은 자동차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리면서 기업들이 자율은행 택시와 택배 서비스와 같은 새롭고 수익성 높은 산업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GM의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투자조정 차원을 넘어 세계 자동차산업이 맞닥뜨린 '삼각 파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풀이가 나온다.
우선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과 맞물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자동차 산업의 호황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세계적 기업경영 자문사인 알릭스파트너스의 존 호피커 부회장은 "북미 시장에서 올해는 자동차 판매가 어느 정도 받쳐주었으나 추세 전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가 올해 1천700만대에서 2020년에는 1천5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기준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세계 전체의 약 18%를 차지한다.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글로벌 무역 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그 중심에는 미·중 무역 전쟁이 터 잡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제품 중에는 자동차 부품도 대거 포함돼 있다. 관세 부과로 중국산 자동차 부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자동차 완제품 생산비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를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ㆍUSMCA), 철강 관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정책을 트럼프 행정부가 뒤집은 것 역시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업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비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통적인 화석 연료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미국이 여기에 역행하며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정책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당장은 수익을 가져다주겠지만 결국은 미래 자동차산업을 위한 기술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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