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장과 모순, SNS에 분노 쇄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한 여인이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황급히 피하고 있다. 한 애는 맨발이고 다른 한 애는 넘어지려 하고 있다. 둘 다 모두 티셔츠와 기저귀만을 차고 있다. 이들 모녀 뒤로는 최루탄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철조망 울타리와 일부 장벽이 보인다.
이른바 중남미 난민 행렬(캐러밴)이 멕시코-미국 국경으로 접근하자 미국 경비요원들이 최루탄을 쏘면서 난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광경이다. 모녀 뒤로 보이는 난민들 가운데는 많은 아이가 보인다.
어린 두 딸을 최루 가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현장을 벗어나려는 엄마의 모습을 잡은 한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장감이 넘치는 한장의 사진은 장문의 기사 못지않게 강력한 호소력을 가진다는 논리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사진 속의 주인공(엄마)은 온두라스 출신의 마리아 릴라 메자 카스트로(39)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는 미국에 사는 애들 아빠와 합류하기 위해 온두라스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마리아 메자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다섯 아이와 함께 국경 근처에 있었는데 국경 요원들이 자신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았다면서 자신은 국경을 넘으려는 게 아니라 단지 국경 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난민이 몰리는 멕시코 국경 상황을 전한, 로이터 통신의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씨가 포착한 이 사진은 CNN과 NBC,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의 머리를 장식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한 분노를 촉발했다.
사진을 통해 나타난 난민들의 이미지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와 중간선거를 앞둔 선거 집회에서 주장한 폭력적인 난민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들에 대한 최루탄 발포가 비난을 받자 '거친 사람들이 달려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경비대에 돌을 던질 경우 발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기자가 잡은 이 사진은 난민이 처한 현장의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WP는 26일 김기자의 특종 취재 스토리를 소개했다.
지난 2주간에 걸쳐 멕시코 내 난민행렬을 추적해온 김기자는 WP에 자신의 사진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 지사에 일하고 있는 김기자는 지난 14일 멕시코에 도착한 후 버스 내에서 구호 식품을 기다리는 난민 아이 등의 모습을 담았으며 주유소에서 몸을 씻고 있는 난민들의 모습도 찍었다. 또 트럭에 짐처럼 포개져 국경지대 티후아나로 향하는 모습도 담았다.
로이터 통신에서 15년 이상 일해온 김기자(44)는 2011년 후쿠시마 지진과 쓰나미를 비롯한 자연재해와 대형사건 등을 취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캐러밴에 최루탄 발사…기저귀 찬 어린아이들 '혼비백산'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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