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40주년 기념작 '애니'서 고아원 원장 역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사실 무섭기도 해요. 무대도 워낙 큰 데다가 위치와 조명, 음악 등을 다 맞춰야 하는 작업이에요. 한 번에 가야 하는 무대 위 생방송 같아요."
모델 출신 배우 변정수(44)는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열린 가족 뮤지컬 '애니' 기자간담회에서 "무섭기도 하지만 즐겁게 임하려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이는 이번 뮤지컬에서 주인공 소녀 '애니'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고약한 보육원 원장 '미스 해니건' 역을 맡았다.
그가 드라마에서 주로 연기해온 '철부지 부잣집 여성' 이미지와 겹치는 캐릭터다.
변정수는 자신의 배역에 대해 "악랄하지만 위트도 있고 귀여운 해니건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한 영역인 데 반해 노래는 도전의 영역이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제가 성대결절도 있었고 갑상선암 수술도 받아 목소리 톤이 낮은데, 해니건은 높은음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많아요. 홍대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두성을 쓰는 걸 연습 중이에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음악감독님도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매일 자기 전까지 해니건 넘버(곡)를 틀어놓을 정도로 부담감이 크지만 "연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무대만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다.
변정수와 함께 배우 박광현(41)이 억만장자 '워벅스' 역에 캐스팅돼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더한다. 그의 무대 연기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스칼렛 핌퍼넬', 연극 '인간'에 이어 4번째다.
차갑고 냉철한 인물이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사는 애니를 통해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애니 역에는 지난 9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유시현, 전예진 양이 선발됐다.
커다란 골든리트리버 '달봉이'의 등장도 이 작품만의 묘미. '샌디' 역으로 출연하는 달봉이는 애니의 곁을 지키는 믿음직한 친구 역을 맡는다.
연출을 맡은 김덕남 연출가는 "달봉이가 혈기왕성한 세 살짜리 견공이라 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애니 역 배우들과 친분을 쌓으며 무대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는 해럴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소녀 애니'(1924)를 원작으로, 미국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밝고 용감한 소녀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초연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입성했으며 그해 토니상 7개 부문을 휩쓰는 등 흥행과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는 2006년 12월 세종대극장에서 초연됐고 이듬해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외국뮤지컬상과 기술상을 받았다. 2007년과 2010년, 2011년까지 총 4회에 걸친 공연 모두 높은 객석점유율을 달성했다.
올해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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