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도 '글로벌 협의체' 콘퍼런스콜…"12월 IASB 회의 전 의견제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전세계 보험사들의 최대 이슈가 된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관련, 유럽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보험협회들이 제도 도입을 1년 더 늦추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 손해보험협회 주도로 구성된 'IFRS17 글로벌 협의체'는 지난 19일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열어 IFRS17의 1년 연기가 아닌 2년 연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애초 보험사들은 2021년으로 예정된 IFRS17 시행을 2023년으로 연기하자고 했으나, 제도 도입을 주관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협의체는 1년 연기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긴급 콘퍼런스콜을 통해 다음달 IASB 정례회의 전 1년을 더 연기해달라는 공동 서한을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유럽보험협회가 서한 초안을 작성 중이다.
이 협의체는 지난 8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전세계 보험협회 연맹(GFIA) 총회에서 김용덕 손보협회장의 제안으로 출범했다. 우리나라 손보협회와 생명보험협회를 비롯해 유럽, 영국, 캐나다,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의 보험협회 또는 손·생보협회가 참여했다.
협의체가 IFRS17의 1년 추가 연기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유럽보험협회의 '다급한 사정'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유럽은 IFRS17 취지처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지급여력제도(SolvencyⅡ)를 2001년부터 16년간 준비를 거쳐 시행 중이라 IFRS17에 쉽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도입을 앞두고 뜻밖의 문제가 발견됐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대차대조표 개념(저량·stock)의 솔벤시(Solvency)Ⅱ 위주로 구축된 유럽 보험사들의 시스템을 손익계산서 개념(유량·flow)의 IFRS17로 실시간 전환하는 전산 체제를 만드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험계리법인 밀리만코리아의 안치홍 대표도 전날 생보협회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은 초기에는 솔벤시Ⅱ 경험이면 (IFRS17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최근 많은 이슈의 발견으로 작업에 서두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IFRS17 도입은 전산뿐 아니라 회계·계리 분야의 전문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은 전문인력이 아직 부족해 일괄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협의체는 우려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적어도 2년은 연기해야 대형사 컨설팅을 마친 유경험 인력들이 중소형사 컨설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치홍 대표도 "대형사의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으나, 중소형사의 경우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IASB가 내년 4월께 IFRS17 최종 기준서를 확정할 예정인 만큼, 그전까지는 추가 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 연기될 경우 국내 보험사들에 적용될 새 지급여력제도(K-ICS) 역시 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날 보험협회·금융전문가들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을 만들어 K-ICS에 대해 "IFRS17과 동일 시점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며 최근 1년 연기와 관련해 "글로벌 수준으로의 전면 개정은 2022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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