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금수품목 정제유·석탄 등 200건 북으로 불법 환적"
"선박 위장등록 등 각종 수법 동원…美 등 5개국 항공정찰 감시"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이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정제유와 석탄 등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금수품목 밀거래를 계속해 왔고 이와 관련해 유엔과 관련 당국이 최소 선박 40척과 130개 기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들 선박과 다른 화물선들이 거의 200건에 달하는 정제유, 석탄 불법 환적(옮겨싣기)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유엔 외교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들 선박이 북한 소유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만이나 토고 등에 선박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또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20여 대의 유조선이 최소 148차례에 걸쳐 북한으로 정제유를 수송했고, 이들 유조선이 적재 용량을 다 채웠다면 대북제재가 허용하는 상한선인 연 50만 배럴의 5배에 달하는 정제유가 전달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위장 선박등록, 자동식별장치 차단…제재회피 수법 동원
WSJ은 북한이 서류 위조나 선박 이름 위장을 비롯해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거나 허위 신호를 보내는 등 각종 제재 회피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홍콩에서 설립된 '장안해운 테크놀러지' 소속 선박은 지난 2년간 4개 국적의 깃발을 바꿔 갈고 서류 위조 등을 통해 수십만 달러 상당의 북한산 석탄을 제3국으로 실어날랐다.
장안해운은 당초 탄자니아의 반 자치령 섬인 잔지바르에 '장안호'를 등록했다.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이른바 '편의치적'(便宜置籍)을 한 것이다.
잔지바르는 이후 등록 선박이 갑자기 늘어나자 북한과의 관련성에 대한 우려에 따라 장안호를 포함해 45척의 등록을 취소했고, 장안해운은 장안호를 '후아푸'(Hua Fu)로 이름을 바꾸고 피지 깃발을 달았다. 그러나 피지 당국은 후아푸호가 자국에 선박등록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거짓등록을 확인했다.
피지 당국은 이를 계기로 지난해 관련국에 '위장 등록' 주의보를 내렸고, 이후 후아푸는 잠시 선박 등록국을 북한으로 변경했다가 두 달 후 다시 파나마 선적으로 변경했다.
후아푸호는 이미 올해 3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다. 후아푸호는 지난 8~9월 북한 석탄을 중국산인 것처럼 속여 베트남까지 운송했다. 중국에 입항한 것처럼 눈속임하기 위해 중국 해안에서 2주간 배회하다 선박 위치를 알리는 자동식별장치를 5일간 끄고 북한 남포항으로 들어가 80만 달러 상당의 석탄을 실은 뒤 공해상으로 나와 자동식별장치를 다시 켜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후아푸호는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북한산 석탄을 수송하려 했지만, 관련 정보를 받은 베트남 당국이 입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아푸호는 이후 북한 나진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공해상에서 선박간 이전 방식으로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해사 가이드라인은 해적을 피하기 위한 경우 선박 자동식별장치 차단을 허용하고 있으며, 위험이 사라지면 다시 복원하게 돼 있다.
WSJ은 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를 인용,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통해 신호를 발신하는 북한 선박이 2015년에는 한 달에 약 100척이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10여 척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WSJ은 또 대만에서 출발한 파나마 선적의 '샹 위안 바오'(Shang Yuan Bao)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 '백마'(Paek Ma)호와 만나 정제유를 옮겨 실은 사례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두 선박 모두 선박 자동식별장치를 껐으며, 특히 백마호는 선박 이름을 '푸마'(PUMA)로 위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 '삼정 1호'는 '명성' '럭키스타' 등 거짓 선박 이름과 미등록 선박 번호를 발신하고 파나마 깃발로 바꿔 다는 등의 행태로 공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제유를 받아 북한 남포항으로 되돌아갔다고 소개했다.
◇"美, 호주 등 5개국과 항공정찰 감시
WSJ은 미국과 호주, 일본을 포함한 5개국이 아시아 해역에서 북한의 선박을 이용한 금수물품 불법환적에 대한 항공정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지난 9월 미국이 동맹국들과 '다국적 연합'을 구성, 해상에서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반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에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도 포함되고, 프랑스도 소규모 인력을 보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미 국무부는 북한과의 불법 환적 선박에 대한 감시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태평양과 아프리카 20여 개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을 조직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피지 당국이 2017년 9월 관련국에 보낸 서한을 통해 91척의 선박이 허위로 피지 깃발을 달고 다닌다고 밝힌 것과 관련, C4ADS는 이들 선박 가운데 3분의 1은 북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WSJ은 전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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