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교사징계 교육청이 제어할 수 있어야"…헌법소원 추진

입력 2018-11-28 10:31  

"사학 교사징계 교육청이 제어할 수 있어야"…헌법소원 추진
동구여중 학생·학부모·교사, 입법부작위 위헌 주장
교육청 징계요구 무시해도 '무탈'…징계취소해도 다시 징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사립학교 교원 징계 여부를 온전히 학교법인에 맡겨두는 현행 사립학교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추진된다.
28일 서울 동구여자중학교 학부모회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회와 학부모회는 "현행 사립학교법에 사학법인의 교원 징계권 남용을 제어할 규정이 없어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오는 30일 국회의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일부 교사도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학교 교원 징계권은 사학법인에 있다. 교육청은 징계를 요구할 수만 있다. 사학법인이 교육청이 요구한 것보다 가벼운 수준의 징계를 내려도 교육청은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이를 되돌리거나 제재할 수 없다. 사학법인이 징계요구를 아예 무시해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학법인이 임의로 내린 징계를 교육당국이 번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취소를 결정한 교원을 다시 징계하는 일도 많다.
동구여중과 동구마케팅고 등을 운영하는 동구학원은 징계권을 '남용'한 대표적인 사학법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동구마케팅고 교사 안 모 씨가 서울시교육청에 동구학원 비리를 제보하면서 '동구학원 사태'가 시작됐다. 당시 교육청은 안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특별감사를 벌여 비위 17건을 적발했다.
동구학원은 안씨를 내부고발자로 지목해 2014년 8월 파면을 결정했다. 이후 소청심사위가 파면을 취소하면서 안씨는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안씨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동구학원은 2015년 1월 안씨를 직위 해제했고 이어 또 한 번 파면했다. 안씨가 정치적 활동을 하고 학교 앞에서 시위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청심사위는 이번에도 안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동구학원은 안씨를 파면해야 한다는 소송을 냈다.
올해 대법원은 "안씨가 전교조 교사선언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해 징계 사유가 있기는 하나 파면은 과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2016년 동구학원이 교육청의 교원 징계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며 이사진 전원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잇따라 학원 측 손을 들어주면서 동구학원이 학교에 복귀한 상태다.
복귀한 동구학원은 임시이사가 임명한 동구여중 교장을 해임했다. 해당 교장은 소청심사위에서 이겨 잠시 학교에 복귀했으나 다시 직위 해제됐다.
김경아 동구여중 학부모회 부회장은 "사립학교에 정부 예산이 많이 지원되며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복무관리 등도 공립학교 교사와 거의 동일하게 이뤄진다"면서 "유독 교원 징계에 대해서만 교육청이 지도·감독할 수 없게 해둔 것은 입법 미비"라고 주장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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