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는 '거리두기'…"일대일로 비용 부풀려졌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사업 참여로 빚에 허덕이는 몰디브가 새 정부 출범 후 인도를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인도 TNN통신에 따르면, 압둘라 샤히드 몰디브 외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몰디브의 '인도 우선 정책'이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인도와의 유대관계를 높게 평가하며 "인도는 오랜 세월에 걸쳐 관계가 보증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몰디브는 인도와 전통적으로 혈맹에 가까운 우방이었으나 최근 수년간 관계가 멀어졌다. 전임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중국에 치우친 정책을 펼치면서다.
야민 전 대통령은 인프라 건설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몰디브는 중국에 15억달러(약 1조7천억원) 이상, 많게는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인구 44만명의 몰디브로선 엄청난 규모다.
이에 최근 출범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정부는 기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히는 등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샤히드 장관은 야민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그는 인도와 중국이 서로 등을 돌리게 하면서 꼭두각시 조종자가 되려고 했다"며 "하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브라힘 아미르 재무부 장관도 최근 "우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부분의 비용이 부풀려졌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리 등 많은 것들이 이미 건설됐기 때문에 재협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도 "다만 앞으로는 중국 관련 인프라 프로젝트의 비용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는 중국 대신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재정위기를 극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도 고위 당국자와 면담한 샤히드 장관은 "인도는 몰디브가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즉시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가 저리융자를 통해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 상당의 몰디브 채무를 갚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도 이 같은 몰디브의 태도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몰디브는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이지만 군사 전략과 원유 수송로 확보 등에서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7일 솔리 대통령의 취임식에 외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몰디브와의 관계 회복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가 몰디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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