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헌병이 상냥했다고?…日우익들, 드라마 고문장면에 반발

입력 2018-11-28 17:54   수정 2018-11-28 18:52

일제헌병이 상냥했다고?…日우익들, 드라마 고문장면에 반발
아침드라마 일제 헌병 고문장면 방송에 SNS 등서 우익들 NHK '공격'
국민드라마 '오싱' 논란 35년만에 재연…"헌병 만행 명백" 비판론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공영방송 NHK의 드라마 속에 등장한 제국주의 일본 헌병의 고문 장면을 놓고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우익들이 NHK를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
28일 마이니치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우익들이 문제삼고 있는 드라마는 '연속 테레비 소설-만푸쿠(滿腹)'(이하 만푸쿠)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NHK 아침 드라마로, 인스턴트 라면의 고안자로 불리는 닛신식품(日淸食品) 창시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의 성공담을 그렸다.
이 드라마가 우익들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은 2차대전 중 남자 주인공이 헌병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방송했기 때문이다.
안도 모모후쿠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이지만 우익들은 "친절한 일본 병사는 안나온다", "일본인을 폄훼한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일본 병사는 나쁜 사람이라며 인상을 조작했다. NHK의 악의가 느껴진다", "(드라마를) 한국인이 만들었나" 등의 악의적인 글이 넘쳐나고 있다.


NHK 드라마 속 일본 헌병에 대한 묘사가 일본 우익들의 반발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5년 전인 1983년 방송돼 일본 '국민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오싱'에서 헌병이 주인공 여자 아이 오싱이 존경하던 탈주병을 사살하는 장면이 나오자 헌병 출신 등 우익들이 "헌병이 사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병을 모욕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항의 편지를 NHK에 무더기로 보냈다.
'만푸쿠'를 둘러싸고 인터넷 우익들이 분노를 쏟아내자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헌병사(史)'라는 책을 펴낸 학자 오기노 후지오(荻野富士夫) 오타루(小樽)상과대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우익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기노 교수는 "헌병이 다양한 폭력을 일본군 점령지의 민중에게 휘둘렀다는 것은 제국주의 시절 헌병교육에 사용됐던 내부 자료에도 명확히 나와있다"며 "우익단체가 1970년대 발간한 '일본헌병정사'라는 책에는 헌병 출신자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행한 만행을 스스로 기록해 놓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오기노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으로 이런 헌병이 부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2012년 내놓은 개헌 초안에는 자위대를 국방군화해 '국방군 재판소'를 설치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기노 교수는 "과거 일본은 공산주의자는 물론 민주주의자와 자유주의자까지도 탄압하고 감시하며 전쟁에 동원했는데, 그 역할을 담당한 것이 헌병"이라며 "개헌을 거쳐 그런 헌병이 부활하는 것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만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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