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독재 유지하며 시장경제 도입…외국자본 적극 유치하며 고속성장
빈부격차, 부패, 환경오염 등 부작용…"자생력 키우고 정치도 개혁해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오는 29일부터 4일간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를 집중 연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이어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이머이는 바꾼다는 뜻을 지닌 베트남어 '도이'와 새롭다는 뜻인 '머이'의 합성어로 쇄신을 의미한다.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채택한 슬로건으로 토지의 국가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발전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다.
응우옌 반 린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 주도했다.
1975년 끝난 베트남전에 이어 1979년 발발한 중국과의 국경전쟁 여파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로 식량 부족과 무려 7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 초래되자 돌파구를 찾았다.
당시 상황은 '개혁이냐, 죽음이냐'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1980년대 초 일부 지방의 농업 분야에서 중앙정부 몰래 시행한 도급제(할당량만 채우면 나머지는 농민이 갖는 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도이머이 도입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쇄신을 선택한 베트남은 1987년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해 적극적인 외자 유치에 들어갔다.
1989년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 중국에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난 것도 실질적인 도이머이를 위한 베트남의 결단이었다.
베트남은 1993년 토지법을 개정해 담보권, 사용권, 상속권을 인정했고, 1999년과 2000년에는 상법과 기업법을 잇달아 도입해 민간기업이 성장하는 길을 닦았다.
덕분에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계속해 1980년대 100달러 안팎에 그쳤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8년 1천143달러로 증가해 중간소득 국가군에 진입했다.
베트남은 이후에도 고성장 기조를 유지, 지난해에는 1인당 GDP가 2천385달러로 뛰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의 올해 GDP 성장률도 지난 9월까지 6.98%를 기록, 올해 전체 성장률이 6.7%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또 올해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외환보유액이 6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빈부격차 확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확산, 환경오염 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외국자본에 의존한 경제성장으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팜 띠엔 번 베트남 종신대사는 "순수한 베트남 경제는 30∼40%에 그치는 실정"이라며 "부품산업을 키워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산당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최근 강력한 숙청이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득 타인 베트남 경제정책연구소장도 "빈부 격차와 부패,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아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고 밝혔다.
타인 소장은 "사회갈등이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민주성이 부족하다"면서 "지금은 어려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