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대학강연으로 대외활동 재개…소득주도성장에 일침 가하기도
"반문연대는 보수 철학·목표 될 순 없어…한국당서 입당 제안받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28일 "보수를 어떻게 제대로 재건할지 고민을 하고 있고, 필요한 때가 오면 제가 어떤 희생을 하더라도 보수가 다시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이화여대에서 한 '시장, 국가 그리고 정치' 강연에서 보수 재건방법에 대한 질문에 "보수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선 엄청난 고통을 겪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대표는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5개월간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일정 등에만 참석하며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경제를 주제로 대학특강을 잇달아 잡으면서 강연정치를 통해 대외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보수가 분열되고, 국민에게 멸시·무시당하면 진보가 얼마나 정치하기 쉽겠냐. 그래서 진보가 긴장하지 않고 있다"며 "보수와 진보가 건전한 경쟁을 해야 정치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민이 실망했던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보수 재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끼리 통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보수가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 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가처분소득을 높여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면 성장할 거라는 로직을 갖고 있는데 저는 그것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을) 뒤집어엎을 만큼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옳게 붙여야 하는데 어쨌든 복지는 복지다"라며 "복지를 열심히 한다고 성장하는 건 허구이고, 그것이 경제 프레임을 바꾼다고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만난 자리에서 성장률이나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한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경제성장은 곤두박질쳐도 괜찮고,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한 것인데 그 삶의 질은 무엇이냐. 일자리가 없고, 경제적으로 돈이 없어도 과연 괜찮은 거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 전 대표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 일각에서 거론된 '반문(반문재인)연대'와 관련, "현 정부 잘못에 대해 야권이 힘을 합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반문이 보수의 철학이나 목표가 돼선 안된다"며 "반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보수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당 측에서 저와 가까운 정치인을 보내 입당하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다"며 "하지만 중간에서 사람을 보내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좋은 대화 방식이 아니어서 입당 제안에 대해서 전혀 말을 안 했다. 통합전당대회와 관련해선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강연 발언에 대해선 "바른미래당이 건전한 중도보수정당으로 태어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안철수 전 대표와 당을 만들 때 한 말이었다"며 "이것이 흔들려서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그동안 물러나 있었지만 보수 재건의 결심이 서면 언젠가는 당 안에서 꼭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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