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성 확대·국회 기능 활성화 위해 늘려야…한국 의원 수 적은 편"
평화·정의는 '60명 확대' 당론…민주는 유보적, 한국은 반대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선거제도 개혁 방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많이 거론되면서 이 제도 도입 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국회의원 수 확대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의원정수 300명을 360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에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비례성 확보 위해선 확대 불가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려면 지금보다 비례대표의 수가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비례의석의 비율이 지역구의 절반 이상이 돼야 최소한의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지역구 의원은 200명, 비례대표는 100명으로 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53석 줄여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데다 지역 대표성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의원정수를 늘려 지역구 의석은 지금처럼 유지하되 비례대표만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인구수 대비 의원 수, 외국 의회보다 적은 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떠나 우리나라의 의원정수 자체가 인구수 대비 적은 수준이기에 국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서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 국민자문위원회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16만7천400명으로 OECD 34개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양원제 국가는 하원 의원 기준) 평균 9만9천469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방안대로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함께 두되 연동형으로 비례대표 비율을 결정하는 선거제도를 시행 중인 뉴질랜드, 독일과 견줘도 우리나라 의원정수는 적은 편이다.
뉴질랜드는 의원 1인당 인구수는 3만7천258명(인구 447만1천명·의원 120명)이고, 독일은 13만7천299명(인구 8천210만5천명·하원 의원 598명)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개특위 자문위원회의에서 "우리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많은 나라로는 미국과 일본이 있지만, 한국은 양원제가 아니고 연방제 국가도 아니며 지방분권화의 정도는 극히 낮다"며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나라 의회 사례까지 가지 않고 우리 국회의 과거와 현재만 비교해봐도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택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의원 한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17만2천78명으로 제헌국회(초대 국회·9만5천954명)의 거의 두배에 달하고, 권위주의 체제 아래였던 유신 때(9대 국회·14만3천847명)나 5공화국 때(11대 국회·13만6천844명)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 국민 여론 싸늘…각 당 입장 차도 커
그러나 의원정수 확대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국민의 싸늘한 여론이다.
국회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과 의원 특권에 대한 불만이 있는 국민들에게 의원정수 확대는 기득권의 '밥그릇 늘리기'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의원정수를 늘리더라도 세비와 특권은 줄이겠다는 방안에도 여론은 좋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일 조사한 결과(전국 성인 502명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와 특권을 대폭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일부 늘리는 데 대해 반대는 59.9%로 찬성 34.1%를 앞질렀다.
이런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서도 비례성 확보와 국회 기능 활성화를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하려면 지금보다 60명 늘어난 360명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의 지역구 의원 수는 유지하되 비례대표만 100명 정도로 늘리는 것으로 계산해도 의원정수는 60명이 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의원정수 360명 안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밥값 잘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국민도 박수치고 성원한다"며 늘어난 의원 수만큼 국회가 제 몫을 한다면 여론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의원정수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못했지만, 손학규 대표가 360명 안에 긍정적이다.
다만 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유보적 입장이고 한국당은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 국회는 의원정수 확대 문제로 끊임없이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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