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 앞두고 지지율 낮은 우크라 정권이 위기상황 조성"
"계엄령 구실 만들려 우크라 함정에 정보요원 2명이 타 작전 지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과 관련,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우크라이나 측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 참석해 케르치해협 사건에 관해 설명하며 "이는 명백한 도발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현 정부와 대통령이 조직한 도발이다"고 규정했다.
그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위 정도에 머물고 있으며, (대선에서) 그가 (최다 득표자 2명이 경쟁하는) 2차 결선 투표에도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권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야권을 비롯한 경쟁자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방해물을 만들기 위해 뭔가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푸틴은 지난 9월에도 우크라이나 군함 행렬이 케르치 해협을 통해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항해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당시 그들은 얼마나 많은 인원이 어디로 가는지 등을 통보했으며, 우리는 그들에게 수로 안내인을 동승시켜 아조프해의 목적지로 안전하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우리 해안경비대의 호출에 전혀 응하지 않고 우리 영해로 진입했다. 이 영해는 크림이 러시아에 귀속되기 전에도 러시아에 속했던 해역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승조원 가운데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국 요원 2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이 사실상 이번 특수작전을 지휘했다"면서 "계엄령을 선포하는데 이번 사건을 구실로 이용하려는, 미리 준비된 도발의 명백한 징후다"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경수비대(해안경비대)는 국경을 침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억류하면서 군인의 임무를 정확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군함이 러시아 영해에 침범했고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데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와 명령을 이행했으며 러시아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합법적 기능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케르치해협 사건과 관련 러시아 당국이 내놓은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지난 25일 저녁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한 뒤 인접한 크림반도의 케르치항으로 끌고 가 억류했다.
나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3명이 부상했으며 이들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포된 우크라이나 승조원은 모두 24명이며 부상자들을 제외한 21명은 크림반도 동부의 군부대에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법원은 모든 승조원에 대해 2개월의 구속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함정과 승조원들이 케르치해협 통과를 위한 사전 신고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러시아 영해로 진입해 민간 선박들에 위험한 항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 해안 초소들과 케르치해협 항만들에 우크라이나 함정들의 해협 통과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자국 선원들의 불법 억류에 항의하는 외교 공한을 러시아에 보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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