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8천만원 횡령해 직위해제…법원 "단순한 교무행정 불찰로 치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해외 초청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연구 활동비를 타낸 사실이 드러나 직위해제된 서울대 교수가 법원에 직위해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구회근 수석부장판사)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모(59)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직위해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교수는 고용 휴직 상태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순수물리이론연구단장으로 근무하던 중 국외여행 관련 비위행위로 해임됐다.
이후 그가 학교로 복직하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는 이 교수의 2009년 이후 공무 국외여행 내역에 대한 특정감사를 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0년 이후 반복적으로 허위로 작성한 초청 이메일을 학교에 제출해 공무 국외여행 허가를 받았고, 이를 통해 최소 1억6천여만원의 여비와 1천890여만원의 연구 활동비를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 중 허가나 신고 없이 국외여행을 해 임의로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도 파악됐다.
서울대 총장은 올해 7월 교원징계위원회에 그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그의 교수 직위를 해제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 교수는 "연구 활동을 하는 과정에 의욕이 앞선 나머지 교무 행정절차를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올해 8월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무지 이탈과 허위 초청 이메일 작성의 횟수나 반복의 정도, 기간 등에 비춰 단순히 교무 행정에 대한 불찰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로부터 받은 신뢰와 존경을 토대로 가르침을 펼쳐야 할 교수직 특성에 비춰 해당 징계 사유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이 교수가 징계의결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중에도 교수 지위에서 지도 활동을 계속할 경우 적절한 직무수행이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크다"며 직위해제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주의 기원과 생성을 밝히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거둬 2001년 한국인 최초로 고에너지물리학 분야 유네스코 국제이론물리센터상을 수상했고, 2004년 독일 훔볼트 재단이 주는 베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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