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누락' 경찰 고위직 "과정 공정하고 결과 정의로웠나" 반발(종합)

입력 2018-11-29 17:23  

'승진누락' 경찰 고위직 "과정 공정하고 결과 정의로웠나" 반발(종합)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현정부 경찰인사 불공정 " 비판하고 명퇴 신청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9일 단행된 경찰 치안감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한 경무관이 "현 정부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가 불공정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송무빈(경찰대 2기)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은 이날 인사 발표 후 서울청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기회는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며 현 정부 슬로건을 비틀어 승진누락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송 부장은 2014년 1월 경무관으로 승진해 지방경찰청 부장을 거쳐 2015년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을, 2017년부터는 경비부장을 맡아 집회·시위 관리 등 서울지역 경비업무를 책임졌다.
그는 자신의 주요 업무성과로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아시안게임 경비 등을 제시했다. 경무관 승진 이후 치안성과 평가에서 4년 내리 최우수(S)등급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송 부장은 "서울청 경비부장은 집회시위 관리와 대통령 경호를 주 임무로 하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해야 하는 자리"라며 "전국 경무관 중 근무 강도가 가장 높은 직책 중 하나다. 지난 4월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성 난청이 와 한쪽 귀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썼다.
이어 "이런 이유로 전임 경비부장들은 1∼2년 내 전부 승진했으나 저는 3년을 근무하고도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됐다"며 "검증 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실적 우수자와 고생한 사람은 반드시 승진되는 인사, 능력과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빽'을 써도 안 되는, 만인이 공감하는 인사풍토가 조성되기 바란다"고 썼다.


송 부장은 경무관 5년차다. 경무관 계급정년은 6년이지만, 통상 5년차까지 치안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이후 승진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다만 6년차에 승진한 전례가 없지는 않다.
송 부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자신이 서울청 기동본부장이었다는 이유로 음해성 투서가 있었고, 이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됐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당시 백 농민이 물대포에 맞은 종로1가가 아닌 태평로 쪽 상황을 담당하느라 해당 지점에 개입할 여건이 아니었다며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당시 동아일보 앞 일민미술관 옥상에서 7시간30분을 지휘했다. 백 농민 사망이 나온 곳과는 관련이 없다"며 "승진 경쟁자들이 '물대포 사망 책임자를 왜 승진시키려고 하느냐'는 형태로 많이 얘기했다는 정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투서가 있었는지를 두고는 "추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민갑룡 경찰청장과 통화했고, 청장이 청와대에 뜻을 전달했다고 하더라. 청장은 (승진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청와대가 우리 조직 얘기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청와대를 상대로 직접 불만을 드러냈다.
송 부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경찰대 1∼2기 배제론'이 돈 데 대해 "대통령에게 배제론은 부당하다, 고생한 사람을 먼저 놓은 다음 지역안배와 입직(경찰 입문)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편지도 썼다"며 "현 정부 들어 그런 것을 배려한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이유를 묻자 "공직사회에서는 인사가 만사"라며 "앞으로 공직 인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모두 공감하는 인사가 돼야 한국사회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송 부장은 현 정부 경무관 이상 고위직 승진인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경찰 고위직 인사시스템 전면 개혁, 음해·투서 처리시스템 투명화, 백 농민 사건과 같은 사안 관련자에 대한 승진 적부처리시스템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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