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고소' 혐의도 적용…성추행 의혹 사실 여부는 판단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가 고소당한 정봉주(58) 전 국회의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29일 명예훼손과 무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정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미투' 보도가 나오자 지난 3월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 해당 기사는 나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 가짜 뉴스다"라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기자회견이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과 소속 기자, 피해자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3월7일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23일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검찰은 프레시안의 기사가 취재원의 구체적 진술 등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한 정당한 보도였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3월13일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 기자도 정 전 의원을 맞고소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의 고소가 허위였다고 보고 그에게 무고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성추행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국민 사기극' 등 지나친 표현을 동원한 반박이 정당한 반론권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맞고소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역시 정 전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7월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23일 렉싱턴 호텔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당일 이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내역이 나오자 자신의 해명이 잘못됐다고 시인했다.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였던 그는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프레시안 기자에 대한 고소를 각하 처분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