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인근 의성 재활용업체 사업장에 10m 폐기물 더미 방치
20여 차례 행정조치·고발에도 '배짱'…의성군 "행정대집행 계획"
(의성=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토끼, 꿩, 노루가 뛰어놀던 산이 쓰레기장으로 변해 악취, 먼지에다 벌레도 많이 나와 생활하기가 정말 불편합니다."
29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주민 박현순(46)씨는 마을 뒤쪽 거대한 쓰레기 산을 가리키며 하소연했다.
그는 "편하게 빨래를 밖에 말리지도 못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 대문도 창문도 활짝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쓰레기 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천 따위가 땅바닥에서 10m 이상 높이로 쌓여 있다. 폐기물 더미가 언덕을 이룬다.
인근에는 쓰레기 분쇄장비, 포크레인, 트럭 등이 멈춰 서 있고 한 외국인 근로자만 눈에 띄었다.
게다가 주민은 폐기물 더미에서 나오는 침출수에 따른 인근 낙동강과 지하수 오염을 우려한다. 이곳에서 낙동강까지는 직선거리로 700∼800m 떨어져 있다.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의성군에서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사업장 4만㎡가 쓰레기 산으로 바뀌었다.
허가 대상 폐기물은 폐합성수지와 폐섬유, 폐고무류이고 생산품은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한 폐합성수지 중간가공폐기물이다.
이 업체는 2008년 4월 중간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137t), 2013년 7월에는 종합재활용업(허용 보관량 1천20t)으로 허가를 받았다.
군이 허가한 폐기물 보관량은 중간·종합 재활용 합해 2천157t이다.
그러나 의성군은 현재 이 곳에 폐기물 7만4천여t(중간 2만1천t, 종합 5만3천t)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본다. 허가량의 34배나 넘는 양이다.
군은 한국환경산업개발에 20여차례 행정조치와 고발을 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업체의 중간재활용업에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차례, 고발 2차례를 했고 지난해 8월에는 허가취소까지 했다.
종합재활용업에는 과태료 1천만원 부과, 고발 4차례, 과징금 2천만원 부과에 영업정지도 7차례에 이른다.
그럴때 마다 업체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시작하며 집행정지처분을 내고 그 기간을 이용해 계속 폐기물을 들여와 방치량은 계속 늘어났다고 한다.
군은 사실상 업체의 폐기물처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보고 행정대집행을 검토했지만 비용만 100억원 넘을 것으로 보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가 보증보험회사에 든 이행보증금은 중간재활용업 1억6천300만원, 종합재활용업 1억5천500만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폐기물 대신 처리에 따른 구상권을 청구해도 비용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우선 허가를 취소한 중간재활용 방치 폐기물 2만1천t을 내년에 처리키로 하고 환경부에 예산 51억7천만원을 신청했다.
지난 8월 10일부터 영업정지 상태인 종합재활용 폐기물은 대상에 제외했다.
또 최근 한국환경산업개발 사업장과 생송2리의 수질과 토양, 대기 오염도 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했고 실제 방치한 폐기물량 측량·산출에 나섰다.
이 결과에 따라 고발 등 추가 조치를 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2억원을 들여 폐기물 방치에 따른 환경영향조사를 한다.
군 보건소는 생송2리 주민 92명을 상대로 건강조사를 하고 있다.
의성군 관계자는 "한국환경산업개발측은 재활용 생산품 수출이 막혀 경영난으로 처리가 힘들어 폐기물이 쌓여 있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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