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싱가포르]③'시험지옥' 오명 벗기 안간힘

입력 2018-12-02 10:00   수정 2018-12-03 11:30

[해외교육-싱가포르]③'시험지옥' 오명 벗기 안간힘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모든 시험 폐지…단계적으로 고학년 확대




(싱가포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수학·과학 1위, 2015년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 1위…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 공교육 위주의 체계적인 제도 등으로 여러 교육 평가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싱가포르지만, 한 편에는 남모를 고민도 존재한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키우고 잠재력을 발굴하는 데 학교가 주력하다 보니 정작 학생들이 체감하는 학업 부담이 큰 탓이다.
이에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학생들이 학업 성적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배움의 기쁨이 평생 이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교육당국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2019년도부터 초·중학교의 학교 시험 및 평가 구조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안을 보면 먼저 내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대한 모든 평가와 시험을 폐지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이해도를 가늠할 쪽지 시험 같은 평가는 할 수 있지만, 점수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기 중에 치르는 연중 학력시험(MYE)도 내년부터 2021년 사이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특히 내년부터는 일종의 성적표인 'HDP'(The Holistic Development Profile)에 석차, 집단 평균, 개인 평균 점수, 총점, 통과 또는 낙제 여부 등을 표시하는 지표도 삭제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조처로 학생들이 이른바 '시험지옥', '공부 지옥'에서 벗어나 배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기쁨을 온전히 알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디 쿠 싱가포르 교육부 계획 부문 국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성공(success)의 정의를 넓히고, 성적이나 시험 자체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험에 대한 과도한 준비가 학습의 즐거움,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면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학습)을 즐길 수 있도록 흥미, 열정을 찾게끔 격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어린 학생들에게 '큰 짐'처럼 여겨졌던 초등학교 졸업 시험(PSLE)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신디 쿠 국장은 "PSLE가 학생과 학부모 등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시험은 출발점에 상관없이 학습 능력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고 적합한 학업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먼저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PSLE는 2021년부터 (점수를 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수 구간(밴드)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변화 방향을 설명했다.



기존에는 학생 A는 '251점', B는 '252점'으로 표시돼 있어 서로 성적을 비교했다면, 앞으로는 '250∼255점 구간'과 같이 표시해 동일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점수에 따른 서열화,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교사에 대한 믿음은 공고하다. 싱가포르에서는 교원 선발 및 양성 과정 전반을 정부가 나서 관리하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교사가 되려면 먼저 교육부의 엄격한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국가교육연구소(NIE·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에서 교과 지식, 교육학 등의 예비 교사 교육 프로그램도 마쳐야 한다.
신디 쿠 국장은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싱가포르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바로 교사에게 투자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교육 제도의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적표 등수를 없애고 시험을 줄이는 조처만으로 학생들이 느끼는 학업 부담을 줄이기엔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펄리 응 포 주(51) 퀸스타운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에서는 시험을 준비하는 데 3주 정도 소요되는데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을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배움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 가야 하는 것"이라며 시험이 줄면 아이들은 함께할 수 있는 여유가 늘어난다. 작지만 큰 변화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yes@yna.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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