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내 실험실 만들고 수업에 동화 접목…학생 흥미 잡아라
교육부 장관, 최고수학자에 "재미있는 수학 교육 방법 연구하라" 특명
(파리=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기초과목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국제 성취도가 점점 떨어지는 현상은 프랑스 교육계의 오랜 고민이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국제읽기능력평가(PIRLS)에서 초등학교 4학년의 읽기 능력은 2001년 이후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2016년에는 유럽 평균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학년에 대한 국제수학·과학 성취도 평가(TIMSS) 점수도 2015년 기준 유럽 평균에 못 미쳤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역시 2000년 이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올해와 내년도 교육정책을 설명한 공식 책자에서 이런 수치를 지적하며 "앞으로 4년 안에 국제 평가에서 프랑스가 예전의 지위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6월 교육부 내에 일종의 실험실(Lab)을 만들었다.
현직 교사, 디자이너, 공익 벤처 사업가 등이 30∼60명 정도가 상주하는 이 실험실에서는 더 나은 교육방법과 학습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장―마르크 위아르(Jean―Marc Huart) 교육부 학교교육 국장은 "교육 시스템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를 널리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험실에 상주하는 한 고등학교 교사가 최근 선생님들끼리 교수 방법을 공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유했는데 8주 만에 1만2천 명이 조회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장-미셸 블랑케(Jean―Michel Blanquer) 장관은 또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프랑스 최고의 수학자로 꼽히는 세드릭 빌라니(Cedric Villani)에게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교육방식을 강구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빌라니는 2010년 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상 중 하나인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았으며 프랑스의 수학 연구기관인 푸앙카레 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했다. 리본 모양의 커다란 스카프와 거미 모양의 브로치가 트레이드 마크여서 '수학계의 패셔니스타'로도 불린다.
빌라니는 계산, 셈 놀이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마르크 위아르 국장은 전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공립인 자크 다게르 중학교(College Jacques Daguerre)의 수학 교사 베이유 제롬(Bailly Gerome)은 수학과 다른 과목을 접목하는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롬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교육하는 것은 정해진 것이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느냐는 전적으로 교사가 선택한다"면서 "나는 그리스 신전의 건축 양식을 이용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가르치면서 역사와 수학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립인 르 느와이에 드 리마쥬 초등학교(Ecole le Noyer de l'Image)에서는 과학전시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빨간모자, 피노키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동화의 캐릭터들을 활용해 과학이나 수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기 위해서다.
마르틴 르딕(Martine Leduc) 교장은 "피노키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서는 전시관에서 실제로 캐릭터들의 동작을 조작하며 과학 원리를 배운다"고 밝혔다.
프랑스 교육계에서는 교사들의 자질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합 사립학교 에꼴 알자시엔(Ecole Alsacienne)의 고티에 르슈발리에(Gauthier Lechevalier) 초등학교 교장은 "교수법에 대한 교사 연수를 강화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교육 성취가 낮아지게 된 이유 중 하나"라면서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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