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지원에 집중된 다문화 정책…진정한 '다문화' 의미 축소돼"
한-아세안센터, '대한민국vs.다(多)한민국' 대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국내 다문화 정책은 지나치게 다문화 가족 지원에 집중돼 있으며 이로 인해 다문화의 진정한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29일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vs다(多)한민국' 대담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정책의 허점을 비판했다.
한-아세안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대담은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아세안 열린 강좌' 시리즈 중 하나로 마련됐다. 허 대표를 비롯해 연합뉴스 이희용 한민족센터 고문,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자스민 이사장,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허수경 팀장이 발표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허 대표는 "다문화는 굉장히 넓은 의미인데 가족이라는 단어와 붙으면 '한국 남성과 동남아 여성이 결합한 가족'으로 의미가 축소된다"며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지원이 불가능한 빈 곳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허 대표는 남편과 이혼·사별한 결혼이주여성이 외국인노동자와 재혼하는 경우, 여성 외국인 노동자가 임신·출산했을 때 겪는 어려움 등을 소개했다.
홀로서기 한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외국인과 결혼하면 이들은 외국인 가정으로 분류돼 다문화 가정이 받는 혜택이 중단되기도 하고, 정책 설계 당시 이주노동자를 남성으로 상상한 탓에 여성 노동자가 국내에서 임신·출산했을 경우 지원 제도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허 팀장도 "이주 배경 청소년은 크게 탈북청소년, 중도입국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로 분류하는데 중국에서 출생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 가정의 자녀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다문화의 의미를 재정의·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재미 동포가 미국 사회에서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처럼 동포와 다문화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며 우리 사회 다문화 사회를 논할 때 재외동포 사회의 과거, 미래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인이 이주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로 유통되는 상황"이라며 "낯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 수용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저희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임에도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주위의 시선이 달라진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이런 문제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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