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축구팬 난동 등으로 체면 구겨…대선 전략으로도 활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국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관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에 쏠리는 상황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추락한 국가 이미지 개선이라는 또 다른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올해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상승 속에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과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대출에 합의했다. 그래도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추가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 규모를 571억 달러로 늘렸다.
지난 2015년 대선 승리 직후 "앞으로 외국의 투자가 비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던 마크리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과 함께 지지율 추락으로 고심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와 -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일어난 축구 팬들의 선수단 버스 습격 사건은 아르헨티나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겨버렸다.
이 사건으로 남미 최고의 축구클럽을 가리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2차전이 연기됐고, 아르헨티나 언론은 G20 정상회의 개최 소식보다 이 사건을 전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소셜미디어(SNS)는 '국가적 수치'를 질타하는 글로 채워졌다.
결국 남미축구연맹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결승 2차전을 아르헨티나가 아닌 중립지역에서 열겠다고 밝히면서 경제에 이어 축구에서도 자존심이 상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마크리 대통령이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최소한 8개국 정상과 잇달아 만나는 빡빡한 스케줄을 잡았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마크리 대통령에게 정치적 의미가 크다. 내년 10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리 대통령이 남미에서 처음으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대선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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