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살인을 비롯한 각종 폭력 사건이 빈발해 세계적 우범(虞犯)지역으로 꼽히고 있다고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주개발은행(IDB)이 이날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전세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39%를 차지할 만큼 극도의 치안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근 20년 동안 모두 250만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그중 75%는 총기를 사용한 것이었다. 살인은 외적 사망 요인에서 52%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은 인구 10만명당 321.7건으로, 세계 평균인 108명을 3배 가량 웃돈다. 이 때문에 역내 41개 도시가 세계 50대 우범 도시에 포함돼 있는 형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와 멕시코의 아카풀코,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 온두라스의 산 페드로 술라는 인구 10만명당 8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해 세계 평균을 무려 10-20배나 뛰어넘고 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이 세계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에 불과한 데도 이처럼 살인 사건이 잦다는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다.
IDB는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경제적 발전이 이뤄졌는데도 폭력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4년 사이에 역내의 대다수 국가는 연간 4%선의 경제성장률을 거뒀고 빈곤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시민 건강과 교육 수준은 높아지는 추세였다.
나탈리 알바라도 IDB시민안전국장은 역내 주민들이 그들을 보호하는 기관들을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더욱 전문적이며 시민들에게 밀착하는 효율적 기관과 경찰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치안 상태는 향후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지난해 22건이었으나 오는 2030년에는 35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DBS는 급속하고 무질서한 도시화, 부진한 생산성과 함께 높은 청년 실업률을 중남미 지역의 치안 상태를 흔드는 주요 요인들로 꼽았다.
역내에서는 현재 710만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있고 또다른 1천510만명의 청년들은 학업이나 취업에서 배제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조직 범죄, 마약과 인신, 매매 등이 성행하는 데다 총기를 휘두르는 경우가 잦다는 것도 역내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병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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